미국 해군이 대서양 함대 소속에서 태평양 함대로 옮겨 재배치하겠다고 발표한 항공모함 유에스에스(USS)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지난해 10월26일 대서양에서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자료사진
항모 10대중 6대 배치
스텔스 F-22 12대 오키나와에
핵잠수함 전력 60%도 몰려있어
스텔스 F-22 12대 오키나와에
핵잠수함 전력 60%도 몰려있어
새해 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귀환’ 정책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 해군은 14일(현지시각) 아·태 지역의 재균형 전략에 따라 이 지역에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추가 배치한다고 공식 누리집을 통해 밝혔다. 루스벨트호는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노퍽을 모항으로 하는 대서양 함대인 2함대 소속인데, 이번 조처로 서태평양 지역에 배치된다. 아울러 미 해군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여 전진배치된 7함대 소속의 조지 워싱턴 항모가 수리에 들어가자,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모항으로 하는 3함대 소속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를 대체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11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현재 활용할 수 있는 10척 중 6척을 아·태 지역에 집중 배치한 것이다. 태평양사령부에 속한 미 해군의 7함대와 3함대에는 애초 6척의 항모가 배치됐는데, 엔터프라이즈호의 퇴역과 국방비 삭감 탓에 5척의 항모로 축소됐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2기 들어 강조되고 있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맞춰, 현재 건조하고 있는 제럴드 포드 항모를 2015년에 배치해 아·태 지역에 6척의 항모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루스벨트호 추가 배치로 아·태 지역에 6척의 항모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앞당겨 실현하는 셈이다.
미 해군은 “인도차이나-아시아-태평양의 안보 환경이 미 해군으로 하여금 가장 강력한 전함들을 전진 주둔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배치로 미군은 해상작전뿐 아니라 합동 대응에 가장 신속한 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미 해군은 이번에 수리에 들어가는 조지 워싱턴호가 “2008년 전진 배치의 일환으로 일본에 파견된 첫 핵추진 항모”라며 “전진 배치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일본 방위와 사활적인 인도차이나-아시아-태평양의 안보·안정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아·태 지역 깊숙한 곳까지 자국 군사력의 전진 배치를 계속 강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번 조처와 관련해 미 해군의 데이비드 버스 부제독은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 항모와 거기에 탑재된 항공 능력은 전진 운용돼야 한다”며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가 지역구인 덩컨 헌터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아·태 중시 정책은 샌디에이고가 미 해군의 전세계적 임무를 지원하는 데 더 큰 구실을 하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태평양함대의 비중이 커졌음을 강조했다.
미 공군도 동부 버지니아주 랭글리-유스티스 합동기지에 배치된 94전투대대 소속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12대와 관련 병력 300명을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미군기지에 배치중이라고 미 군사 전문 주간지 <에어포스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4개월마다 이뤄지는 정기적인 순환배치인데 “아·태 지역 안보와 안정을 해치는 위협에 대응하는 중요한 억제책”이라는 해석이 있다.
미군 핵잠수함 전력의 60% 이상도 이미 태평양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탑재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14척 중 8척이 태평양 지역에 배치돼 있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인 핸스 크리스텐슨 등이 <핵과학자회보>에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정찰 작전의 60% 이상은 태평양에서 이뤄진다”며 “이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상대로 한 핵전쟁 계획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국방비 삭감을 발표하면서도 아·태 지역의 군비예산은 동결하거나 증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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