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여성의 비키니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 삭제한 페이스북, 결국 사과

여성 단체 ‘여성을 찾아라’의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문제가 된 비키니 사진이 배경 사진으로 게시되어 있다.

페이스북 ‘건강과 관련된 방침’ 위반 이유로 삭제…사용자들, ‘여성에 대한 차별’ 항의

‘뚱뚱한 몸매의 여성 모델이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은 바람직하지 않다?’

약 15억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이 뚱뚱한 여성 모델의 비키니 사진이 자사의 “건강과 관련된 방침”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이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페이스북은 23일(현지시각) 공식 성명을 내 “이번 사진은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삭제 조처가 부적절한 것이었다며 사과했다.

호주의 여성 단체인 ‘여성을 찾아라’(Cherchez la Femme)는 지난 19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진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 사진은 뚱뚱한 몸매를 가진 여성 모델인 테스 홀리데이가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인데, ‘뚱뚱한 몸이든 마른 몸이든 상관없이 스스로의 몸을 긍정하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게시됐다. 페이스북 쪽은 계정 관리자에게 “이러한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불쾌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게재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대신 뛰고 있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활동적인 이미지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단체를 포함해 사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페이스북은 23일 공식 성명을 내 사진 삭제에 대해 사과했다. 페이스북은 “담당 팀은 매주 수백만장의 광고 사진을 검토하기 때문에, 이번 사례처럼 게시물을 부적절하게 금지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이 사진는 우리의 방침을 위반하지 않으며, 실수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게시물 삭제와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페이스북은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의 사진이 자사의 ‘커뮤니티 기준’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이후 여성 단체를 비롯한 사용자들은 “가슴을 드러낸 남성의 사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애매한 게시글 규정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고 있다”고 항의했다.

‘여성을 찾아라’ 단체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이번 이벤트의 취지가 다양한 몸의 모습을 긍정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무시했다”며 “여성의 사진들을 검토할 때의 이중 기준 등 관련 규정들을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