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인도에선 여성보단 소가 안전?

등록 2017-06-28 15:40수정 2017-06-28 21:25

페미니스트 사진가, ‘소 가면 쓴 여성’ 촬영
힌두 극단파의 ‘소 보호’ 명목 무슬림 살해
만연한 성폭행에 관대한 사회 동시 비판
자료: 수자트로 고쉬 인스타그램
자료: 수자트로 고쉬 인스타그램
인도 각지를 돌며 여성에게 소 가면을 씌우고 사진 촬영을 하는 23살의 사진작가에게 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인도에서는 소가 여성보다 안전하거든요!”

스스로 페미니스트 예술가로 칭하는 수자트로 고쉬는 27일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업을 “조용한 저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관광 명소인 수도 뉴델리의 인디아 게이트 앞에서 소 가면을 뒤집어쓴 여성을 촬영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으로 시작해 대학 강의실, 기차 안, 배 위, 집 안 등 다양한 장소에서 소 가면을 쓴 여성을 촬영한 사진을 차례로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그는 인도 각지를 돌며 사진을 찍은 이유로 “여성이 모든 곳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뉴욕에 갔을 때 파티용품 판매점에서 소 가면을 사왔다고 한다.

자료: 수자트로 고쉬 인스타그램
자료: 수자트로 고쉬 인스타그램
고쉬는 “내 나라에서 여성보다 소가 더 중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혼란스럽다. 여성이 성폭행이나 폭행을 당하면 그 죄를 처벌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 반면 소를 도축하면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바로 찾아가 도살자로 의심되는 이를 살해하거나 흠씬 두들겨 팬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 통계에 의하면 15분마다 한 번씩 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발생한다.

고쉬가 촬영한 여성들은 대부분 친구나 지인들이다. 민감한 주제여서 낯선 사람에게 부탁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촬영에 동참한 한 여성은 “적어도 소 가면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면 성희롱을 당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누구도 신을 닮거나 신을 대표하는 사람을 희롱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수자트로 고쉬 인스타그램
자료: 수자트로 고쉬 인스타그램
이 캠페인은 여성 인권을 환기시키는 것과 동시에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소 보호’를 명목으로 한 무슬림 살해에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도 있다. 지난 4월 트럭에 소를 싣고 가던 무슬림 남성을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이 살해했고, 2015년에는 쇠고기를 먹는다는 소문을 이유로 한 무슬림이 이웃들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이 무슬림이 먹던 고기는 양고기였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근 2년간 무슬림 10여명이 살해됐다. <비비시>는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인도인민당(BJP)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여름부터 극단주의자들이 더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몇몇 주에서는 소 도축이 금지됐고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하위 카스트와 무슬림들에게 소는 포기하기 어려운 단백질 공급원이다.

자료: 수자트로 고쉬 인스타그램
자료: 수자트로 고쉬 인스타그램
고쉬는 최근 “나와 모델들을 도살해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경멸하는 여성 작가와 여성 언론인에게 먹여야 한다는 등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정치 성명도 준비 중이다. 그의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세계 각지에서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