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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지진 재앙 파키스탄 ‘죽음의 겨울’

등록 2005-12-04 19:19수정 2005-12-04 22:46

<b>구호의 손길 기다리는 노인</b> 3일 파키스탄 북동부 발라코트의 구호품 배급센터에서 한 노인이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발라코트/AFP 연합
구호의 손길 기다리는 노인 3일 파키스탄 북동부 발라코트의 구호품 배급센터에서 한 노인이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발라코트/AFP 연합
고지대 20cm 폭설…산간 길 끊겨 어린이 포함 8명 사망…1천명 폐렴 영양실조 탈진 노약자 죽음 내몰려
지난 10월8일 대지진이 휩쓸고 간 파키스탄 북동부와 카슈미르에 눈이 내리면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했다. 텐트촌 곳곳에 세워진 병원엔 저체온증과 폐렴에 걸린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추운 겨울이 ‘제2의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카슈미르에 첫눈이 내린 것은 지난달 29일. 간간이 내리던 비가 돌연 폭설로 바뀌더니 고지대에 20㎝ 두께의 눈이 쌓였다. 기온도 영하로 뚝 떨어졌다. 유엔과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이후 적어도 8명이 추위와 관련된 증세로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1천여명은 폐렴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혹한은 영양 부족으로 탈진한 노약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압보타바드의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아비드 후세인은 “이 병원에서만 3명이 폐렴으로 숨졌다”며 “모두 다섯살도 채 안 된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하티안발라의 난민촌에서 최근 홍역이 돌아 10개월된 아이가 숨지고, 14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폭설로 구호품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민간단체인 ‘국제관계와 안전 네트워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폭설이 내린 이후 헬기의 발이 묶이고, 산간 마을로 통하는 길들이 모두 끊겼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바이어스 유엔 인도주의조정국 대변인은 “30여만명의 난민이 현재 텐트도 없이 히말라야의 산속에서 살고 있다”며 “이들에게 죽음의 시련이 닥쳤다”고 말했다.

해발 1900m 높이의 달리에 사는 조바이다 모민은 폐허로 변한 집에서 혹한과 싸우고 있다. 그는 “두 살 난 아들과 네 살 난 딸이 고열과 기침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지진이 났을 때 팔다리가 부러져 꼼짝도 못하고 있다.

이 지역의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12월에 1.5m, 내년 1월엔 2.4m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렇게 쌓인 눈은 다음해 4월이나 돼야 녹는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달 25일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많은 사람들이 얼어죽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난민들에게 지급된 텐트는 겨울을 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엔은 지금까지 40여만개의 텐트를 배급했으나, 90%가 파키스탄의 혹독한 겨울을 나는 데는 부적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겨울용 텐트는 값이 비싼데다 구하기도 어려워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텐트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석탄난로와 난로를 감쌀 철판을 긴급히 구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대지진으로 8만7천여명이 숨지고, 350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유엔은 구호활동을 펴는 데 5억5천만달러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걷힌 돈은 1억3천만달러에 불과하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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