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카드 노예’ 구제 호소
현재 월급 4만원(한화 약120만원)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원 샤오링은 “신용카드 5개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카드빚이 3백만 대만달러(약 9천만원)에 달해 월급으로 한 달 이자도 낼 수 없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카드빚을 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자구모임 블로그’에는 샤오링 같은 이른바 카노(카드노예)의 사연이 숱하게 올라 있다.
지난 5년간 금융기관에서 소비적 대출은 해마다 약 1700억 대만달러(약 5조2700억원)씩 늘었는데, 이 가운데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를 통한 대출이 30%를 차지했다. 현재 대만 민간소비(전체 GDP의 60%) 부문에서 신용카드 소비는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상업주간>은 최근호는 “적당한 대책이 없을 경우 한국과 같은 카드부채로 인한 신용경색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와 국회는 카드부채 대책들을 서둘러 내놓았다. 신용카드 대출금액을 제한하고 10% 정도의 부채이자를 먼저 상환하면 전체 부채를 동결시켜 다달이 갚아 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만에선 아직 개인파산 제도가 실행되지 않고 있다. 대신 이자를 동결한 뒤 80개월 동안 다달이 상환토록 하는 새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새 제도에 따라 샤오링은 월급의 90%가 넘는 3만7500 대만달러를 다달이 갚아야 한다.
<상업주간>은 “신용카드 사용액 제한이 결국은 민간소비로 지탱해 온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세태에 대해 무제한으로 카드만을 발급해 개인소비를 조장한 은행이나 멋모르고 무조건 소비를 한 ‘카노’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타이베이/양태근 통신원 coolyt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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