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가스공급 중단 여파로 발생한 유럽의 가스수급 불안은 러시아쪽의 가스 공급 확대로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사진은 2일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러시아-유럽 연결 천연가스관 가스압력조정장의 모습. 브라티슬라바/AFP 연합
유럽 가스공급 감축때 실감
푸틴 국유화 뒤 정치색 짙어져
“러시아 외교의 신형 거대폭탄으로 거의 모든 전선에서 공격을 감행하고 있고 그 위력은 러시아의 핵미사일을 능가한다.”
지난달 27일 천연가스 가격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립이 한창 격화됐을 때 프랑스 <아에프페(AFP)통신>은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을 일컬어 이렇게 평가했다.
전세계 가스 자원의 16%, 가스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유럽의 가스 수입량의 5분의 1을 맡고 있다. 연간 가스 생산량은 5500억㎥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7%를 담당한다.
가스프롬이 지난 1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전면중단하자 유럽 각국은 일시에 비상 국면에 돌입함으로써, 가스프롬은 에너지 공룡기업의 위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유럽 나라의 가스수급 차질은 2일부터 가스프롬이 대유럽 공급량을 늘리면서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가스공급 중단 사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크라이나의 국영 가스회사 임원은 3일 오후(현지시각) 모스크바로 날아가 가스프롬 임원들과 협상을 벌였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두 나라가 즉각 대화에 임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나타나듯 러시아는 그루지야 등 인근 나라들을 다루는 데 가스프롬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봄엔 벨로루시로부터 가스관리권 일부를 양보받는 대가로 가스프롬의 가스를 싼값에 제공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2004년 가스프롬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 국유화함으로써 정치적 활용 가능성을 더욱 높여 놓았다. 더욱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알렉세이 밀레르가 2001년 5월 가스프롬 회장에 취임한 이후 가스프롬의 행보는 정치색이 짙어지고 있다. 김도형 기자, 연합뉴스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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