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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주권은 왕실 아닌 국민에 있다” 타이 시민 선언

등록 2020-09-20 15:54수정 2020-09-21 02:02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시위
왕궁 근처 도로에 ‘국민의 명판’ 설치
국왕은 유럽 외유…‘레드불 손자’ 기소
타이의 반정부 시위대가 20일 수도 방콕의 왕궁 인근 도로에 새로 설치한 국민주권 선언 명판. 로이터 연합뉴스
타이의 반정부 시위대가 20일 수도 방콕의 왕궁 인근 도로에 새로 설치한 국민주권 선언 명판. 로이터 연합뉴스
두달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타이(태국)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20일 수도 방콕 왕궁 인근에 ‘주권은 왕실이 아닌 국민에 있음’을 선언하는 명판을 설치했다.

전날 시위를 시작해 왕궁 옆 민주화 성지인 사남루앙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수만명의 시위대는 20일 광장 옆 도로에 ‘국민의 명판’을 설치했다. 명판에는 “국민은, 이 나라가 왕실이 아닌 국민의 것임을 선언한다”고 적혀 있다.

명판이 설치된 곳은 1932년 절대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이행한 ‘시암 혁명’을 기리는 ‘민주화 혁명 기념판’이 있던 곳이다. 원래 기념판은 2017년 마하 와치랄롱꼰 현 국왕이 취임한 직후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졌고, 대신에 “국가, 종교, 왕”에 대한 충성을 상기시키는 명판으로 대체됐다.

이번 시위에는 수만명(주최 쪽 추산 10만명, 경찰 2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시위다. 경찰이 이날 명판 설치와 시위를 막지 않아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시위를 주도한 청년학생과 시민들은 새로운 명판 설치와 함께 ‘봉건주의 타파, 국민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군부 쿠데타로 민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의 사임, 신헌법 제정과 선거 실시, 왕실 개혁 등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타이 국민들에게 개혁을 위한 총파업을 촉구하면서 왕실과 연계된 에스시비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계좌를 불태우자고 제안했다.

문란한 사생활과 각종 기행으로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현재 유럽에서 장기간 외유 중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코로나19로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데, 타이에서 최고 부자인 국왕은 외유를 즐기고 있다’는 비난이 넘치고 있다.

한편 타이 검찰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레드불 창업 3세 음주 뺑소니 사건 불기소’ 방침을 철회했다.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이날, 검찰이 18일 성명을 내어 “워라윳 유위타야에 대해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 및 새로운 코카인 복용 혐의와 관련해 기소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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