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도 뉴델리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이를 화장하는 장면을 유족들이 방호복을 입고 지켜보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악화되는 코로나19 위기에 인도가 대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급증하는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에 의료 체계는 붕괴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아삼 지역에서는 강진이 발생했다. 늘어나는 사망자로 화장터가 부족해 주차장 등 거리 곳곳에서 이뤄지는 사체 화장이 사회의 공황 분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29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전날부터 약 24시간 동안 주별 통계치 합산)는 37만9257명으로 전날 나온 하루 최고 확진자 숫자(36만960명)를 하루 만에 뛰어넘었다. 누적 확진자 숫자는 1천8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 1주일 동안 매일 3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통계에 잡히는 공식수치일 뿐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부터 사망자는 급증해, 7일 평균치로 보면 현재 하루 2800명의 사망자가 집계된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20만명이 넘고 있으나, 최근 급증하는 사망자로 인해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북부 주인 우타르프라데시의 경우, 보건 관리들은 이달 초 하루 68명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으나, 지역 신문들은 주도인 러크나우에서만 하루 98건의 코로나19 사망자 장례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농촌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이들은 대부분 공식 보고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화장장들은 밤을 새워 가동 중이나, 사망자의 가족들은 긴 줄을 서서 고인의 화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원과 주차장 등 도심의 빈터에서 장작더미를 쌓아놓고, 화장을 하는 모습이 만연한 실정이다. 이런 거리 화장터에서도 더많은 장작을 태워서 빠른 화장을 요구하는 실랑이들이 벌어지고 있다.
동북부 아삼 지역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모 6.4의 강진이 28일 엄습했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이 지역의 건물과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들이 피해를 보았다. 여진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코로나19 감염의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최악의 피해를 본 도시 중의 하나인 벵갈루루는 1㎢당 약 300건의 코로나19 발생이 보고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병원 수용 능력이 부족하자, 환자들의 가족들은 자가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나 장비를 암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효능이 인정되지않은 렘디시비르 등과 같은 의약품이나, 산소공급기 등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간 감염병 보고를 통해 지난주 전세계적으로 570만건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38%가 인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코로나19가 파국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와 무분별한 대중집회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도에서는 B1617이라는 이중 변이 바이러스 발생률이 높고, 이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에서 백신 접종은 인도의 10% 가까이 이뤄져, 세계에서도 높은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접종률의 속도가 감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콜카타 등 동북부에서 최근 계속된 대규모 힌두교 제례 및 축제가 이번 확산의 최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더해 선거 집회도 한몫했다. 나렌드라 모리 총리 정부는 의료계의 경고를 무시하고 힌두교 축제 및 선거집회를 강행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인도의료협회의 부총재 나브조트 다히야는 모디 총리가 “모든 코로나 관련 규정들을 공중으로 걷어차 버린 슈퍼 전파자”라고 비난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7일 긴급회의를 세차례나 갖고 의료장비 조달 대책 등을 논의해, 의료 장비 수송에 군용 비행기와 열차 등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긴급사태에서도 군을 동원해 야전병원을 세우는 등의 전시에 준하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드세다.
미국 등 외국들도 원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자국 주문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천만회분을 인도로 돌리는 한편 산소공급기 등 1억달러 규모의 물품을 지원키로 했다. 싱가포르, 러시아, 뉴질랜드, 프랑스도 긴급 의료장비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인도와 분쟁을 벌여온 중국과 파키스탄도 지원을 밝히고 있다. 중국은 자국 백신 공급 의사를 밝혔으나, 인도는 아직 수락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