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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필리핀 압사참사는 ‘후진국형 인재’

등록 2006-02-04 23:47

사망자 88명을 포함해 5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4일 필리핀의 압사사고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연장하기 위한 방송사측의 '얄팍한 상술'과 '행운'을 노린 사람들이 빚어낸 인재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날 비극을 탄생시킨 장본인은 ABS-CBN TV 네트워크측이 지난 1년 동안 인기리에 진행해온 '워워위'(Wowowee) 게임쇼 프로그램. 생방송으로 진행돼온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독차지한 것은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제공되는 푸짐한 경품 때문이다.

평소에도 방송사측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고급승용차, 핸드폰, 현금 등을 추첨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해야만이 광고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고, 광고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40% 가까운 사람들이 하루 평균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필리핀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시청자들로서는 '로또복권'이나 마찬가지인 행운을 기대할만하다.

사고 발생 이틀 전부터 참사의 현장인 '울트라' 경기장의 좌석수보다 거의 배가 많은 3만여명이 운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런 기대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워워위' 행사 1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한 방송사측은 자칫 사고의 우려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의 안전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자신들은 행사 과정의 '열기'에만 신경을 쓰면 됐지 안전 문제 등은 경찰 등 행정당국의 몫이라는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 목격자들과 경찰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사고가 발생했는 데도 행사를 계속할 뜻을 고집하다 비난여론에 견디지 못한 방송사 경영진의 결정 직후에야 취소 사실을 마지 못해 발표한 것만 보더라도 상술을 엿볼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사고가 발생한 파시그 시 등 행정당국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러 사람들이 사전에 사고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는 데도 불구하고 방관하다 참사를 방조했다는 주장이다.

부상자들을 포함한 대다수 목격자들이 행사장으로 통하는 철제 출입문 부근에 당국에서 파견된 통제요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결국 이번 참극은 지극한 상술에서 행사를 주관한 방송사, '경품 노다지'를 노린 참석자들, 무책임한 행정당국 등이 빚어낸 대표적인 '후진국형 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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