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 베이징/AP 연합뉴스
탈레반의 카불 입성으로 중앙아시아 정세가 요동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관련 공조체제를 강화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가 향후 아프간 정세와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6일치 사설에서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은 시종일관 중국 외교정책의 원칙”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아프간을 떠난 뒤 남긴 ‘진공’을 메울 뜻이 없으며, 서방이 쳐놓은 함정에 뛰어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문은 “중국은 아프간의 조속한 평화 정착과 재건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가장 큰 우려는 아프간의 혼란상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부 신장위구르(웨이우얼)자치구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안정된 아프간’은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전제이기도 하다. 그간 중국이 △테러리즘 △극단주의 △분리주의를 이른바 ‘3대 악’으로 규정하고, 이들 세력과 절연할 것을 탈레반에 촉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8일 톈진에서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근거지로 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에 대한 우려를 거듭 밝혔다. 그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은 중국의 국가안보와 영토보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탈레반이 이 단체와 분명한 선을 긋고, 지역 안전과 평화 발전을 위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역시 ‘아프간 안정화’가 중요한 전략적 목표다. 카불 함락 이전부터 러시아 쪽은 탈레반이든 아프간 정부군이든 정세를 안정화시켜 혼란한 상황이 국경 너머 중앙아시아 각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대 관심사였다. 아프간을 기반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하는 상황을 러시아로선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탈레반의 귀환에 적극 대비해왔다. 바라다르가 이끈 탈레반 대표단이 지난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8일에도 탈레반 쪽 협상단이 모스크바를 다시 찾았다.
아프간 정세 안정화란 공통의 목표 아래 중-러 양국은 이미 공조체제 강화에 나섰다. 지난 9일부터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에서 1만여 병력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훈련을 벌인 바 있다. 두 나라는 새달 중순 러시아 오렌부르크에서 병력 4천여명이 참여하는 합동 대테러 훈련도 벌일 예정이다.
두 나라가 주도하고 아프간 주변 각국이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 차원의 공조도 모색하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아프간 내전이 이어지던 1996년 4월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5개국이 참여해 설립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2001년)과 인도·파키스탄(2015년)까지 동참해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회원국 모두 아프간 문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아프간도 2012년부터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가 떠난 아프간의 안정화 및 재건·복구 논의를 상하이협력기구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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