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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사이버 만리장성을 뚫어라”

등록 2006-02-13 20:02

해커 활동가들, 중국 인터넷 검열 맞서 공세
국외 서버 등 우회로 제공…미국 정부는 지원
“사이버 만리장성을 뚫어라.”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맞선 해커들의 반격이 곳곳에서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해커 활동가'를 뜻하는 이른바 ‘해키비스트’(해커+액티비스트)들의 공세가 갈수록 격렬해지면서 만리장성보다 더 거대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인터넷 방호벽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해커인 빌 시아는 ‘프리게이트’라는 소프트웨어로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도전하고 있다. 용량이 137킬로바이트에 불과한 이 프로그램은, 중국의 네티즌이 미국의 서버를 이용해 이른바 ‘금지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돕는다. 지난해에만 10만여명의 중국 네티즌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이버 만리장성을 넘었다. 시아는 이 프로그램을 영화 <매트릭스>에서 사람들이 현실세계로 뛰어들 때 먹는 알약 ‘레드 필’에 비유하곤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베네트 하셀톤은 ‘서컴벤더’라는 해킹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우회로’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중국의 네티즌이 중국 밖에 있는 네티즌의 개인컴퓨터를 이용해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픽 디자이너 수잔 스티븐스는 중국의 블로거들이 자신의 개인컴퓨터를 서버로 활용해 정치적 주장이나 종교적 신념을 발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블로그 입양 소프트웨어’라고 부른다. 컴퓨터 과학자 로저 딩글레딘은 미 해군의 해킹 프로그램을 변형시켜 만든 ‘토르’라는 소프트웨어로 중국 네티즌의 이동경로를 숨겨준다.

이런 해킹 프로그램들은 중국 당국이 1999년 금지한 파룬궁을 선전하거나, 최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소식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데 활용돼, 중국 보안당국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다. 12개 기관에서 수천명의 검열관을 고용해 인터넷을 감시하는 중국 보안당국은 지난해 15명의 네티즌을 구속하고, 2002년엔 ‘트라이앵글 보이’라는 해킹 프로그램을 찾아내 차단하기도 했다.

해키비스트들은 미국 정부에 ‘인터넷 민주주의 확산’을 추진하는 부서를 신설할 것을 요구하는 등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적대적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금지한 사이트나 단어 검색을 차단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돈벌기에 급급한 배신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중국의 반체제 언론인과 인터넷에서 ‘불온한 대화’를 나눈 사용자 정보를 중국 당국에 제공한 야후에 대해서도 공격을 퍼붓는다.

미국 정부와 의회, 인권단체는 이들의 사이버 전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무부가 운영하는 방송인 <미국의 소리>는 중국과 이란의 인터넷 검열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위해 해마다 500만달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인권위원회는 15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야후, 시스코 등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순응한 기업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청문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의원은 이들 업체가 중국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공산주의의 나팔수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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