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쥐 부총리, 주쥔이 상하이시 노동사회보장국 국장, 장룽쿤 푸시투자자문회사 회장. 후진타오 총서기.
상하이 고위관료-사업가 4천억원대 횡령 혐의
‘황쥐의 남자들’…상하이방 뒤흔들 대형 폭탄
장쩌민 겨낭?…내년 당대회 앞둔 권력 다지기
‘황쥐의 남자들’…상하이방 뒤흔들 대형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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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중국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서기 우관정)는 주쥔이 상하이시 노동사회보장국 국장과 상하이의 거부인 장룽쿤(38) 푸시투자자문회사 회장 등 두 사람을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대담하게도 상하이시의 사회보장기금 32억위안(약 4000억원)을 빼돌려 상하이∼항저우 구간 고속도로의 30년 운영권을 따냈다. 주쥔이 같은 고위 공무원이 젊은 기업가에게 거액의 공금을 맡긴 것이나, 장룽쿤이 ‘상하이∼항저우 고속도로관리공사’ 같은 탄탄한 자산관리기업으로부터 고속도로 운영권을 따낸 것에 대해 중국 서민들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겉보기엔 중국에서 몇달 간격으로 터져 나오는 공무원 부정부패 사건의 하나인 듯하지만, 중국 안에서는 중국공산당의 핵심 권력층을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사건으로 주목하고 있다.
중앙기율위원회는 주쥔이·장룽쿤 사건 뿐 아니라 베이징시에서 의약기금 17억위안(약 2125억원)을 주식투자에 유용한 사건, 톈진시 최고검찰장 리진바오의 부패사건 등 세 주요 도시에서 굵직한 부패사건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홍콩 <아주주간> 최신호(8월6일 발행)를 보면, 이 ‘반부패투쟁’을 베이징 관료사회에선 각각 “핑진(베이징·톈진)전투”와 “상하이해방전투”라고 부른다. 또 반부패투쟁의 주역인 중앙기율위원회와 최고인민검찰원(최고검)에서는 “당 중앙(후진타오·원자바오 등 최고 지도부를 말함)을 위해 핑진전투와 상하이전투를 확실히 치러내자”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부패관료 숙청은 줄곧 권력 균형의 변동으로 이어졌다. 대규모 부패 뒤에는 그런 부패를 감당할 만큼 ‘크고 검은 손’이 뒤를 봐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반부패투쟁’은 내년 가을 열리는 중국공산당 17기 전국대표대회(17기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 변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건 역시 ‘상하이전투’다. 이 ‘전투’의 ‘공격목표’인 주쥔이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임위원(당 서열 6위)이자 국무원 부총리(금융·경제정책 담당)인 황쥐(68)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쥔이는 1996년 황쥐가 상하이시 서기를 맡고 있던 시절 그에 의해 중용됐다. 홍콩 <명보>는 ‘중국 인권·민운 정보중심’의 말을 따 “중앙기율위원회가 황쥐 부총리의 아내 위후이원과 동생 황시에 대해서도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후이원은 상하이자선기금회 부회장으로 활동해왔고, 장룽쿤 또한 이 기금회의 명예부회장으로 있다.
<아주주간>은 위후이원이 장룽쿤과 주쥔이 사이에 다리를 놓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쥐 부총리의 친동생으로 상하이푸둥발전집단 부총재를 지낸 황시는 부동산 개발·투자 분야에서 사업을 일으켰으며 장룽쿤과도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주간>은 장룽쿤이 지금까지 중국 금융계의 ‘짜르’라 불리는 중국공산당 최고위층(황쥐 부총리)과의 관계를 이용해 거액의 자금을 손쉽게 대출받아 투자해왔다고 전한다. 그는 업계에서 “하늘과 통하는(通天·중국공산당 고위층과 직접 선이 닿는다는 뜻)”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황쥐)보다도 더 높은 전직 고관”과도 통하는 인물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황쥐보다 더 높은 ‘전직 고관’은 장쩌민·주룽지·리펑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상하이전투’에 중국 서민의 눈귀가 쏠린 건 황쥐가 이른바 ‘상하이방’의 최고위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상하이전투’란 내년 가을 17기 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1989∼2003년까지 중국 사회를 쥐락펴락해온 상하이방에 대한 최후의 공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하이방의 황제’ 장쩌민이 최근 <외교실록>을 펴낸 데 이어 ‘저작 선집’을 펴내려 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상하이방의 몰락을 막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주주간>은 그러나, 지금까지의 전투가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후진타오 주석은 아직도 ‘호랑이’와 ‘더큰 또 다른 호랑이’를 앞에 두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그가 ‘영웅본색’을 드러낼 때”라는 것이다. ‘상하이전투’가 이 ‘호랑이들’을 잡는 데 성공한다면 내년 17기 당대회에서 후 주석은 권력기반을 한층 공고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아주주간>은 그러나, 지금까지의 전투가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후진타오 주석은 아직도 ‘호랑이’와 ‘더큰 또 다른 호랑이’를 앞에 두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그가 ‘영웅본색’을 드러낼 때”라는 것이다. ‘상하이전투’가 이 ‘호랑이들’을 잡는 데 성공한다면 내년 17기 당대회에서 후 주석은 권력기반을 한층 공고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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