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불법점유 네 탓’
기낸해 합의 구체화 할 듯
국경선 확정엔 진통 예상
기낸해 합의 구체화 할 듯
국경선 확정엔 진통 예상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1월 중순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홍콩 일간 <명보>가 5일 보도했다. 후 주석은 이번 방문을 통해 반세기 가까이 끌어온 국경 분쟁을 해소하고, 인도와 전략적 동맹관계를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해 4월 국경 분쟁을 정치적으로 타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중국과 인도가 국경선 획정에 합의할 경우, 두 나라 사이의 최대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다. 중국은 최근 인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의 국경 분쟁 해소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 5월 인도와 핵협정을 맺는 등 인도를 통한 중국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당시 인도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거대한 ‘체스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국경 분쟁으로 전쟁을 벌인 이후 40여년 동안 국경선을 획정하기 위한 협의를 벌였으나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중국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셀라를 포함해 동부 국경지대 9만㎢를 인도가 강제로 점령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반환을 요구했다. 반면, 인도는 악사이친을 비롯해 서부와 중부 국경지대 3만5000㎢를 중국이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맞섰다. 중국과 인도는 2000㎞에 걸쳐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선 획정 협의는 지난해 4월 인도를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치적 타결에 합의하면서 본격화했다. 같은 해 9월 유엔 창설 60돌 기념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싱 총리와 만나 국경 분쟁을 하루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두 나라가 국경 분쟁 해소에 합의하더라도 국경선을 최종 확정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의 경우 국경분쟁 해소 방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인도는 셀라가 군사전략적 요충지인 타왕과 불과 77㎞ 밖에 떨어지지 않다며, 중국과 협상에서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명보>는 지적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때문에 중국과 인도가 현재 점유하고 있는 땅의 기득권을 서로 인정하는 선에서 국경선 획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은 1950년대 말 악사이친에 대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촉발했다. 이런 불화는 1959년 티벳 라싸에서 발생한 시위를 인도가 지원하고, 달라이 라마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면서 더욱 악화했다. 그러다 1962년 인도가 이 지역에 수십개의 초소를 설치하자 중국이 군사작전으로 맞서면서 전쟁으로 비화했다. 1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은 중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당시 인도 쪽 사망·실종자가 3000명에 이르렀다.
한편, 중국은 인도의 지역내 경쟁자인 파키스탄과도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등 인도를 견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인도가 핵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소외당한 바 있다. 중국은 최근 파키스탄에 기술을 제공해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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