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후진타오와 대장정 기념행사 동석
“천량위 해임 공인한 것”…후주석 탄탄대로
“천량위 해임 공인한 것”…후주석 탄탄대로
천량위 상하이시 당서기의 해임으로 위기에 몰린 상하이방의 ‘방주’ 장쩌민 전 주석이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대장정 완수 70주년 기념행사에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 참석했다. 천 서기가 부패 혐의로 해임된 이후 두 사람이 함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 주석에 이어 두번째로 호명된 장 전 주석은 단상에 앉아 “당의 단합”을 강조하는 후 주석의 연설을 끝까지 경청했다.
후 주석은 이날 행사를 천 서기 해임에 대한 장 전 주석의 지지를 과시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3일 지적했다. 후 주석은 부패 척결을 통해 상하이방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이징의 한 관측통은 “장 전 주석이 천 서기의 해임을 공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상하이방의 사실상 항복선언”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권력의 한 축인 상하이방은 지난 8월부터 계속된 상하이시 사회보장기금 비리 수사로 ‘궤멸’ 상태에 빠졌다. 상하이에서뿐만 아니라 중앙무대에서도 이 사건에 연루된 상하이방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밀려나고 있다. 추샤오화 국가통계국장이 최근 해임됐고, 왕충푸 국가총상국장도 옷을 벗었다. 상하이방의 ‘베이징 전선’이 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사정당국은 상하이방의 자금줄로 알려진 장룽쿤 푸시투자 회장을 구속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장 회장은 상하이방을 등에 업고 거액의 뇌물을 뿌려가며 사회보장기금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상하이방의 2인자인 황쥐 부총리의 부인 위후이원이 부회장으로 있는 상하이자선기금회의 명예부회장을 맡고 있어, 사정당국의 칼날이 결국 황 부총리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후 주석은 최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6기 6중전회)에서 ‘조화사회 건설’이라는 자신의 통치이념을 중국 공산당의 정책으로 확립함으로써 상하이방에 대해 또다른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년간 지속된 상하이방의 성장 우선주의를 지속가능한 발전론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후 주석이 상하이방의 유산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뜻한다.
후 주석의 이런 권력기반 강화는 내년 제17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다. 현재 상무위원 가운데 상하이방에 속하는 황 부총리와 자칭린 주석이 우선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인 뤄간 중앙정법위 서기도 교체 대상자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그 빈자리를 후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 인사들이 채울 것으로 예상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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