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확인되자 여당·언론 “퇴진”
친인척 비리로 퇴진 압력에 시달리는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부인과 자신의 국가기금 유용 혐의가 드러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시보> <연합보> 등 그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던 대만 언론들은 총통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한동안 소강상태에 빠졌던 퇴진 요구 시위도 다시 불붙었다.
대만 검찰은 3일 국가기금 유용 혐의로 천 총통의 부인 우수전을 기소하면서 천 총통의 비리 혐의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창원청 대변인은 “천 총통이 검사들과 2차례 만나 외교기금 사용에 대해 설명했으나, 진술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며 “천 총통은 6건의 외교기금 용처에 관한 자료를 제출했으나, 조사 결과 2건만이 정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검찰 발표 이후 여당인 민진당도 천 총통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민진당 청년조직인 ‘녹육조’는 천 총통 부부의 당적 박탈을 요구했으며, 내부조직 ‘세대논단’은 천 총통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민진당에 협력했던 대만단결연맹도 제3차 총통 파면안이 상정되면 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국민당과 친민당이 제출한 두 차례의 총통 파면안은 그동안 17표가 모자랐는데, 12석의 대만단결연맹이 가세하면 의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시보> <연합보> 등 대만 유력지들도 4일 일제히 사설을 통해 천 총통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2000년 천 총통이 당선된 이후 계속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연합보>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0%가 총통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4일 저녁에는 6000여명의 시민들이 타이베이와 가오슝 시내로 몰려나가 천 총통의 퇴진을 외쳤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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