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 농민 우여곡절 끝에 10상자 전달
원자바오(사진) 중국 총리가 지난달 30일 ‘중국 권력의 요람’인 중난하이에서 한 농민으로부터 사과 상자를 전달받은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원 총리는 이날 산시성에서 올라온 농민 장짠셩한테서 사과 상자 10개를 건네받았다. 장은 갓 수확한 사과를 원 총리에게 선물하기 위해 며칠 전 베이징으로 올라왔다. 수수한 검은색 옷에 중국 전통 신발을 신은 원 총리는 장이 방에 들어서자, 그의 손을 잡고 “장 노인, 중난하이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9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원 총리는 산시성의 한 마을을 방문해 농민들과 환담했다. 그 때 장은 마을을 대표해 10분 가량 원 총리에게 마을의 농업 현황과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장은 설명이 끝난 뒤, 직접 기른 사과를 들고 원 총리가 머문 호텔을 찾았다. 그러나 원 총리는 이미 베이징으로 떠난 뒤였다.
그는 이달 초 사과를 수확하자 이번에야말로 꼭 원 총리에게 사과를 선물해야겠다고 작정했다. 장은 사과 상자 10여개를 들고 부푼 마음으로 상경했으나, 이번엔 원 총리가 국외 순방 중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베이징의 작은 여관에 묵으면서 원 총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쌀쌀한 날씨가 계속됐지만 사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난방을 하지 않았다.
그는 사과값을 놓고 원 총리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원 총리가 사과값으로 300위안(3만6천원)을 주겠다고 하자 받을 수 없다며 고집을 피웠다. 결국 직원들과 사과를 나눠먹겠다는 원 총리의 설득에 고집을 꺾었다. 이날 중난하이에선 때아닌 사과 파티가 열렸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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