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500명~3천명 추산…“과거보다 당선자 많아”
철옹성 일당지배에 도전…“투표용지 총칼만큼 위협적”
철옹성 일당지배에 도전…“투표용지 총칼만큼 위협적”
중국의 기초단체 격인 현과 향에서 인민대표를 뽑는 선거가 6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1일부터 올 연말까지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는 공산당의 추천을 받지 않은 이른바 ‘독립후보’들이 대거 출마했다. 중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열망을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이다. 중국 공산당의 철옹성 같은 일당지배에 맞선 이들의 도전은 과연 성공하고 있을까? 이번 선거에 나선 독립후보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 홍콩 언론들은 그 숫자를 500여명으로 추산하지만, 일부에선 3000명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연대의 틀도 미약해 종합적으로 당락 여부를 파악할 길도 마땅치 않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독립후보들의 당락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번지고 있다.
2005년 광둥성 판위 타이스촌에서 탐관오리 파면 운동을 이끌었던 인권운동가 뤼방례는 이번에 후베이성 즈쟝시에서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지난해 선전에서 부동산 거품에 항의하며 아파트 불매 운동을 벌인 쩌우타오도 선전 뤄후구에서 고배를 마셨다. 독립후보로서 처음 인민대표에 뽑혔던 야오리파는 후베이성 첸장시에서 재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반면, 민권활동가로 유명한 쉬즈융과 팡원진은 각각 베이징 하이뎬구와 시청구에서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시청구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한 곳이다. 독립후보들은 대체로 이번 선거를 ‘승리’로 평가한다. 야오리파는 지금까지 △과거보다 더 많은 독립후보가 당선했고 △정부의 불법적인 추태가 더 많이 드러났으며 △더 많은 인민들이 독립후보와 민주주주의 대해 알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도 이제 투표용지가 총칼만큼이나 위협적인 저항수단이라는 것을 명백히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공안당국의 방해와 탄압에 시달렸다. 뤼방례는 한 인터뷰에서 “선거 기간 내내 공안당국의 미행을 당했다”며 “나는 그 어떤 선거 전단지도 발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괴한들로부터 심한 구타까지 당한 그는 “대부분 독립후보들이 공산당과 연계된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쩌우타오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개서한을 올린 선전의 웹사이트들이 모두 폐쇄됐으며, 수백 통의 댓글도 한꺼번에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독립후보들은 돈으로 표를 산다는 출처 불명의 괴소문에 발목이 잡혀 중도에 출마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독립후보들은 아직은 소수다. 출마한 이들이 모두 당선한다 해도 330만명에 이르는 전체 인민대표 수에 견주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들은 진보적인 법률전문가와 언론인, 학자들의 도움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인권변호사인 텅뱌오는 최근 <아주주간>에서 “법률전문가들이 선거에 필요한 기본지식을 책자로 만들어 독립후보들의 도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권활동가인 궈페이슝도 이 인터뷰에서 “독립후보의 수는 적지만, 이들이 뿌린 씨앗은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