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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방패 사라진 ‘태자당’ 홀로 설까

등록 2007-01-21 21:39수정 2007-01-21 23:43

마지막 원로 보이보 사망…독자세력화 시험대
당 고위간부 자제들 중국 권력 암투 속 두각

상하이방의 몰락과 공산주의청년단의 득세, 후진타오 주석과 쩡칭훙 부주석의 주석직을 둘러싼 갈등설, 마지막 ‘8대 원로’ 보이보 전 부총리의 사망…

베이징 쯔진청(紫禁城) 서쪽에 있는 호수 중난하이(中南海)가 새삼스레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공산당 당사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어 중국 권력의 심장부로 불리는 이곳에서 권력투쟁의 징후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 가을로 예정된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이뤄질 최고지도부 개편를 앞두고 권력 핵심들 간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이런 폭풍 전야에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중국 혁명 원로와 당정 고위층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태자당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중난하이 주변에선 이들이 후진타오 주석의 권력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과 함께 상하이방을 끌어내리고, 쩡칭훙 부주석을 앞세워 최고지도부를 분할하려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원로정치의 종언을 알리는 보이보 전 부총리의 사망은 이들의 이런 생존경쟁을 압박하는 변수다.

태자당은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중국을 움직이고 있다. 조상의 음덕에 자신의 능력을 더해 막강한 힘을 구축한 이들이 적지 않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민주화세력의 공적으로 몰려 기세가 꺾이고, 개혁개방 이후엔 상하이방의 도전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누구보다 끈끈한 관계를 무기로 명맥을 유지했다.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고선 중국 권력의 향배를 점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현재 정부와 군대, 재계 고위직의 100여명이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정치권에선 혁명 원로인 쩡산 전 내정부장과 홍군 보육원 창설자인 덩류진을 부모로 둔 쩡칭훙 부주석이 대표적인 태자당이다. 아버지 보이보 전 부총리의 뒤를 이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입성할 꿈을 키우고 있는 보시라이 상무부장과, 초대 톈진 시장을 지낸 위치웨이의 아들 위정성 후베이성 서기, 시중쉰 전 전인대 부위원장의 아들 시진핑 저장성 서기 등이 그의 뒤를 받치고 있다. 야오이린 전 부총리를 장인으로 둔 왕치산 베이징 시장과 류오청즈 전 전인대 부위원장의 아들 랴오후이 정협 부주석도 태자당의 일원이다.

태자당 인맥은 경제계에서도 두드러진다. 개혁개방 이후 상당수 태자당 출신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훗날 이들이 돌아와 경제계에 똬리를 틀었다. 때마침 정보기술 열풍이 불면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벤처기업가로 변신해 떼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쩌민 전 주석의 아들 장진헝이다. 미국에서 전기공정학 박사 학위를 딴 그는 중국과학원 상하이 소장으로 일하면서 ‘정보기술 태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국의 원로정치는 이런 태자당의 바람막이였다. 덩샤오핑 전 주석을 중심으로 천윈 전 공산당기율심사위 주임, 펑전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리셴녠 전 국가주석, 왕전 전 국가 부주석, 양상쿤 전 국가주석, 송런총 전 정치국원, 보이보 전 부총리 등 이른바 ‘8대 원로’는 태자당이 상하이방의 공격을 받을 때 든든한 방패 구실을 했다. 이 때문에 보이보 부총리의 사망으로 상징되는 원로정치의 종언이 태자당의 향후 위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원로정치의 퇴장으로 태자당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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