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최근 전략적 해외기업 인수
중, 외환보유고 ‘무기’ 통신·은행 등 인수 박차
에너지·기술 확보 이어 ‘시장 사냥’으로 전환
에너지·기술 확보 이어 ‘시장 사냥’으로 전환
중국 기업들의 전략적 국외기업 인수가 통신·자동차·금융 쪽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 확보와 기술 습득에 치중했던 중국 기업들의 국외 진출이 최근엔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1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자국 기업들의 이런 세계화 움직임을 적극 지원할 태세다. 중국 최대 휴대전화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은 최근 파키스탄 휴대전화 사업자 파크텔의 지분 88.86%를 2억8400만달러에 사들였다. 차이나모바일이 국외에서 기업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이나모바일의 세계화 전략이 마침내 시동을 건 셈이다. 파키스탄에서 150만명의 휴대전화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파크텔의 시장가치는 4억6천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에 상장된 차이나모바일은 지난해 121억달러를 벌어들인 중국 통신업계의 공룡이다. 최근 몇 년 새 해마다 가입자 수가 20%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 말 현재 3억1800만명의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휴대전화 시장이 지난 수년 간의 빠른 성장으로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세계시장을 겨냥한 중국 통신업체들이 국외기업 사냥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1위 자동차 회사인 체리자동차는 최근 루마니아 크라이오바의 대우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루마니아 민영화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체리자동차가 미국의 지엠(GM)과 포드, 인도의 타타 등과 함께 크라이오바 대우차 공장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루마니아는 1994년 크라이오바 공장 지분 51%를 대우에 넘겼으나 대우가 도산하자 이를 6천만달러에 되사들였다. 체리자동차는 이 공장을 인수해 유럽 시장을 본격 겨냥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인퉁야오 체리자동차 회장의 말을 빌려, 체리자동차가 동유럽과 중남미, 중동 등 3곳에 국외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체리자동차는 이미 이란, 말레이시아, 러시아, 브라질, 이집트 등지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으며, 최근엔 북미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국유은행들의 국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행은 2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소비자금융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행은 지난해 12월 9억6500만달러를 들여 싱가포르의 항공기 임대회사를 인수한 바 있다. 건설은행도 질세라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홍콩과 마카오 17개 지점을 쓸어담았다. 최근 인도네시아 은행 뱅크할림의 지분 90%를 인수한 공상은행은 한국의 외환은행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이런 국외 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고속 성장과 주식 공개를 통해 엄청난 자금을 축적했으나 중국 정부가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서 국내에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5년 만에 금융공작회의를 열어 보유 외환의 운용 및 사용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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