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교과서 개편…중국으로부터 ‘역사독립’ 논란
대만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개편을 통해 중국 역사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새 역사교과서는 중국과 대만의 역사 고리를 끊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본토’라는 표현 대신 ‘중국’을 명기함으로써 대만이 더는 본토 회복을 위한 요새가 아님을 선언했다. 이전 교과서에서 몇 개의 시기로 나눠 상세하게 서술했던 중국 역사도 하나로 묶어 한 한기에 학습을 마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대만 역사는 중국 역사와 분리해 따로 자세히 서술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쑨원은 대만의 ‘민족주의적 영웅’에서 대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자’로 묘사된다. 청왕조를 무너뜨린 그의 신해혁명 역시 ‘혁명’이라는 표현 대신 중립적인 ‘봉기’로 서술됐다. 장제스에 대해서도 ‘총통’이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
대만 야당들은 이 교과서가 중국과 대만의 역사를 분리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독립의식을 주입한다며 반발했다. 헝시우추 국민당 의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한 회견에서 “새 교과서는 청소년들을 세뇌하기 위해 대만의 역사를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교과서 개편에 참가한 우찬량 대만대 교수는 “교과서 개편 회의에서 하나의 목소리만을 반영하라는 강한 이데올로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대만 행정원은 최근 고궁박물관 소장품 조례 가운데 ‘중국 고대문물의 수집·연구’ 부분의 ‘중국 고대문물’을 ‘국내외 문물’로 변경한 수정안을 입법원에 제출하는 등 중국과 대만의 역사적 단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를 ‘탈중국화 조처’라 부르며 “이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위험한 책동”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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