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분할 요구 쩡칭훙 부주석에 정협 주석 제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자신에게 주석 자리를 넘길 것을 요구한 쩡칭훙 부주석에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자리를 제안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 권력의 세 축인 당·정·군을 대표하는 후 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분할할 뜻이 없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지도부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은 신문에서 “쩡 부주석이 후 주석한테서 정협 주석 자리를 제의받았다”며 “이에 따라 ‘쩡 주석’ 탄생을 고대해온 그의 측근들의 기대가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1949년 9월 설립된 정협은 각 정당 및 단체·소수민족 대표들로 구성된 정책자문기구이다. 이 소식통은 “쩡 부주석은 통일전선 문제 전문가로서 이 직위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쩡 부주석은 대신 중국공산당의 핵심 권력인 정치국 상임위원 자리를 보장받고, 서열도 5위에서 4위로 상승할 것으로 전해졌다. 쩡 부주석이 이른바 ‘태자당’의 얼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태자당을 배려함으로써 갈등을 키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후 주석은 올해 가을 열릴 제17차 전국대표대회(전대)를 통해 이른바 ‘상하이방’의 핵심인 황쥐 부총리 등 두세 명의 상임위원을 바꿀 심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쩡 부주석의 정치적 운명은 8월께 열릴 중앙공작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쩡 부주석이 후 주석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면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은 후 주석의 권력독점 강화로 귀결된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권좌에 오른 장쩌민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93년 국가 주석직까지 장악한 이후 지금까지 한 사람이 당·정·군을 장악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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