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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덩샤오핑 선부론’ 중국사회 빈부격차 ‘독버섯’ 작용

등록 2007-02-21 13:51수정 2007-02-21 15:56

[세계는 양극화와 전쟁중] ① 중국 : 도농 소득차 15년새 6배
세계가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 속에서 ‘양극화’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에서도 소득 격차가 날로 벌어지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양극화 ‘홍역’을 앓는 세계 각국의 실태와 대처 움직임을 몇 차례 나누어 살펴본다. 1.중국 2.일본 3.미국 4.영국



빈부차, 사회지속성 위협…분배중시로 전환 안간힘

19일은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이 타계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중국을 가난에서 해방시킨 등샤오핑의 업적을 조명하며, 중국이 여전히 그의 ‘위대한 유산’ 위에 서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거리에서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추모사조차 바치지 않았다. 그의 고향인 쓰촨성 광안에서 조촐한 기념행사와 학술토론회가 열렸을 뿐이다.

오히려 요즘 중국에선 그의 ‘위험한 유산’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등이 개혁·개방의 논리로 내세운 이른바 ‘선부론’(先富論)이 중국 사회에 빈부 격차라는 독버섯을 심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최근 몇 해 동안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이어갔지만, 빈부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와 농촌, 개발지역과 낙후지역으로 나타났던 빈부 격차가 이젠 도시와 개발지역 안에서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중국의 빈부 격차는 남미 상황을 닮아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지니계수가 지난해 말 0.5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했다. 소득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갖는데, 0.5를 넘으면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미에선 브라질(0.54)을 비롯해 대부분 나라가 0.5를 넘는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의 지니계수는 0.16이었다.

중국의 남미화는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에서 두드러진다. 도시의 평균 가처분 소득을 농촌의 평균 현금수입으로 나눈 소득 격차 비율은 20여년 계속 악화됐다. 1980년 2.0 대 1이었던 게 2005년엔 3.3 대 1로 올라갔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 누리는 각종 보조금과 사회복지 등 비금전적 수입까지 고려하면 실제 소득 격차는 6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소득 불균형은 교육의 양극화로 나타난다. 베이징과 톈진, 난징 같은 대도시에선 부자들을 겨냥한 고급 유치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한 달 교육비가 대개 1000위안(약 12만1240원)에 이르는 이들 유치원에선 교구는 물론 교사까지 외국에서 수입한다. 중국 어린이들 대부분은 꿈에서나 누릴 호사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경우, 농민공(농민 신분의 도시근로자) 가정의 어린이 가운데 70%가 유치원 문턱을 넘어보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시성의 농부 천둥셩(43)은 지난해 6월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들이 베이징의 명문 대학에 들어가고도 남을 점수를 받은 게 화근이었다. 밭농사와 양치기로 1년에 기껏 3000위안 정도를 버는 그로선 아들의 학비를 도저히 댈 수 없었다. 생활비까지 합치면 해마다 1만위안이 넘는 거금을 보내줘야 할 판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 아들에게 “아비 구실을 못해 부끄럽다”는 말을 남겼다.

중국 도시와 농촌 주민의 소득변화 추이
중국 도시와 농촌 주민의 소득변화 추이
‘유전무병 무전유병’
중국 농촌 의료보험 보장률 10% 그쳐

의료비 급증도 중국의 빈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 가구당 의료비 지출이 처음으로 교육비 지출을 앞질렀다. 중국 사회과학원 조사를 보면, 중국 가구의 연간 총지출 가운데 의료비 지출이 12%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를 뒷받침할 의료보험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현재 중국 농촌의 의료보험 보장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유전무병 무전유병’(有錢無病 無錢有病)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후진타오 정부는 이런 빈부 격차를 줄이고자 과거 성장 위주 정책을 분배 중심으로 바꾸는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사회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현실을 마침내 인정한 것이다. 그가 지난해 당의 정책 목표로 제시한 조화사회론은 덩샤오핑과 장쩌민으로 이어지는 선부론의 고리를 끊으려는 이데올로기적 수술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상하이방이라는 선부론의 수혜자들과 일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의 조화사회론이 권력투쟁 성격까지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진타오 정부의 조화사회론은 사회의 양극화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부와 중부 등 낙후지역 투자 확대 △농업세 폐지 △농촌 의무교육 확대 및 의료제도 개선 △독점가격 규제 등 빈곤층 지원 대책이 잇따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의 실패를 사회주의 공유제의 원칙으로 풀려는 의지가 배어 있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올해 처음 시달한 중앙 문건에서도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을 강조하며 ‘3농’(농민·농촌·농업)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후진타오 정부의 이런 야심찬 계획은 아직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책의 전환을 뒷받침할 제도의 공백으로 말미암아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재정 은 낭비적으로 지출되고, 지방의 개발전략으로 중앙의 분배정책이 왜곡되기도 한다. 국유기업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부패의 사슬을 통해 부가 다시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일도 여전하다. 빈부 격차를 줄이려는 중국의 전쟁은 아직도 출발점에서 멀리 가지 못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선부론’ 열매 인구 0.3%가 독식

은행예금 3분의 1, 소득 30%이상 차지
중산층 5% 불과 양극화 충격 흡수 못해

소득의 양극화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른바 선진국들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빈부격차가 일정 기간 축소됐다가 이후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까진 소득 격차가 줄어들었으나 이후 확대로 돌아섰다. 일본은 1972년부터, 영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소득격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소득 양극화는 이들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소득 구조로 보면, 중국에선 중산층의 존재가 극히 미미하다. 민간기업 소유자, 외자기업 경영진 및 관리자, 일부 공무원, 교육·의료·과학기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중국의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소득 양극화가 초기에 ‘부익부’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1990~95년 중국의 하위계층 2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에서 5.5%로 떨어졌다. 그러나 상위계층 2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간에 41.8%에서 47.5%로 상승했다. 부익부 속도가 빈익빈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부익부 속도는 미국의 그것보다 빠르다.

중국의 부유층은 개혁·개방 이후 새롭게 등장한 계층이다. 국가 주도의 개혁과 급속한 경제성장의 최대 수혜자들로서, 이른바 불균등 발전론과 선부론의 과실을 독점한 이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중국 전체 인구의 0.3%인 390만명이 전체 은행 예금의 3분의 1 이상, 전체 소득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빈곤층을 산정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중국 정부의 절대 빈곤층 표준인 1인당 연수입 668위안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중국의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0.2%인 2600만명에 이른다. 저수입 빈곤층 표준인 924위안을 잣대로 할 경우엔 6000만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계 표준인 1인당 하루 1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중국의 빈곤인구는 1억6000만명으로 늘어난다.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이들이 급격한 소득 양극화의 희생양이다. 연간 소득이 3천~4만위안인 이들은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하층민들로, 중산층 대열에 들지 못하는 이들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격차 해소 대책은 이들의 경제적 추락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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