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5일 치러지는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는 도널드 창 현 행정장관과 홍콩 민주세력 후보인 알란 렁 공민당 의원이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행정장관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홍콩 건설’을 구호로 내건 창 행정장관은 21일 현재 노동·의료·종교 쪽에서 641명의 선거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행정장관은 38개 직능을 대표하는 800명(현재 796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 선출된다. 창 행정장관은 2005년 6월 퉁젠화 당시 행정장관이 사임한 뒤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했다. 중국 정부는 그의 재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홍콩의 직선제 도입’을 목표로 내세운 렁 의원은 사회복지·법조·교육 쪽에서 132명의 선거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창 행정장관에 비해 약세이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출마를 선언하며 “이번 선거에 범민주 후보가 출마함으로써 직선제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유학한 그는 변호사로 일하며 홍콩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왔다.
홍콩 행정장관은 지금까지 사실상 중국 정부의 낙점에 의해 선출됐다. 홍콩 기본법은 원칙적으로 직선제를 보장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이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홍콩 민주세력은 이를 일국양제의 취지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84년 홍콩과 맺은 협정에서 ‘홍콩의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한 바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