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 전 총통
대만 총통의 ‘탈중국화 시도’분석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1947년 대만 원주민 2만여명이 학살된 ‘2·28 사건’의 원흉으로 장제스 전 총통을 지목하고,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역사적 고리를 끊으려는 천 총통의 또다른 탈중국화 시도로 풀이된다.
2.28 사건이란 장 전 총통의 국민당이 1947년 2월28일에 시작돼 3개월 간 계속된 대만 원주민들의 시위에 군대를 보내 진압하는 과정에서 2만여명의 원주민을 학살한 사건이다.
천 총통은 2·28사건 60주년을 앞둔 26일 국제학술세미나 연설에서 “모든 역사자료를 보면 장제스가 이 사건의 원흉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는 범죄적 학살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을 짓밟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법적으로 처벌돼야 한다”며 장 전 총통과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천이 장군 간에 오간 90여통의 서신을 증거물로 거론했다.
천 총통은 이어 타이베이 변두리에 있는 장 전 총통의 능묘 ‘장공자호능침’(蔣公慈湖陵寢)과 기념관 ‘중정기념당’(中正記念堂)의 존폐 문제까지 언급했다.
앞서 대만 정부는 중정국제공항을 타오위안국제공항으로 바꾸고, 군부대와 교육기관 등에 설치된 200여개의 장 전 총통 동상을 철거한 바 있다.
국민당은 즉각 천 총통의 주장에 반발했다. 국민당 의원단은 천 총통의 일련의 행동은 선거를 위해 종족간 감정을 농단하려는 의도라며, 천 총통이 대만 원주민과 대륙 이주민을 분열시켜 12월 총선과 내년 4월 총통 선거에서 입지를 다지려 한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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