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6일 모스크바 크레믈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안내로 회담장에 들어서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
러시아·베네수엘라와 원유·가스 3각 연대 구축
미 세계전략 견제 분석
미 세계전략 견제 분석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의 삼각 연대가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에너지 협력을 매개로 한 세 나라의 연대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견제하는 대륙간 동맹의 출현 가능성을 예고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에너지 외교를 적극 펼치고 있는 중국은 이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구적 차원에서 미국과의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에너지 협력을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전력 부문에서 대규모 협력사업이 예상된다. 중-러 정상은 이날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제트유 공급을 비롯해 40억달러어치의 에너지·광물 공급계약을 맺었다. 취임 뒤 세번째로 러시아를 방문한 후 주석은 28일 유전지대인 타타르스탄을 둘러볼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500만t 가량 는 1500여만t 규모의 원유를 올해 중국에 공급할 계획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후 주석한테 에너지 공급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는 또 2011년부터 매년 30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대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를 위해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관통하는 서부선과 북동부 지역의 동부선 등 2개의 가스관을 건설하고 있다.
양국 무기 거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 및 기술 분야 협력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러시아를 통해 전투기와 미사일, 잠수함, 구축함 등을 조달해 왔다.
중국과 베네수엘라도 에너지를 매개로 빠르게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리창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25일 남미의 에너지 대국인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리 상무위원은 2005년 쩡칭훙 부주석 이후 베네수엘라를 찾은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중국과 베네수엘라의 접근은 미국과 브라질의 연대에 맞서는 전략적 동맹이 남미에 구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리 상무위원은 베네수엘라에 진출한 중국석유가스공사(CNPC)의 자회사 ‘시엔피시 아메리카’를 방문해 환경 문제를 거론하며 두 나라의 에너지 협력이 상생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에너지 외교가 신식민주의라는 미국과 유럽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남미의 원유를 개발하기 위해 세운 이 회사는 1997년부터 베네수엘라 두 지역에서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베네수엘라는 조만간 베네수엘라 중유 개발에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내용의 협약에도 서명할 계획이다. 두 나라는 또 중국에 정유공장 세 곳을 건설하고, 유조선단을 공동으로 꾸리는 문제도 논의하고 있다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밝혔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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