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닝성 5점1선 계획
IT산업 집중육성…인텔, 25억달러 투자키로
중국 랴오닝성 다롄이 대규모 외자를 잇따라 끌어들이면서 동북아 정보기술(IT)과 물류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의 직계로서 차세대 지도부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리커창 랴오닝성 서기의 정치적 후광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이다. 리 서기는 랴오닝성의 5개 해안도시를 잇는 ‘5점1선’(五點一線)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롄은 그 핵심이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최근 다롄에 25억달러(약 2조3500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인텔은 최근 15년 동안 해외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지 않았다. 2010년 가동을 시작할 다롄 공장은 반도체 개발에서 생산, 조립, 검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처리한다. 인텔은 또 4400만달러를 들여 다롄 첨단기술구 안에 1만㎡ 규모의 반도체 대학을 세울 계획이다.
인텔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중국이 산업체질 개선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나왔다. 중국은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토종기업과 외자기업의 소득세율을 단일화하는 기업소득세법을 통과시켰지만, 첨단산업에 대해선 특혜를 유지하기로 하는 등 첨단산업 유치에 매달리고 있다. 인텔의 다롄 반도체 공장은 이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다롄이 보시라이 상무부장, 리커창 랴오닝성 서기 등 유력한 정치인들과 연고를 맺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다롄 시장과 랴오닝 성장을 지낸 보 부장은 차기 총리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태자당의 희망이고, 리 서기는 후진타오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으로서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롄은 또한 보하이해에 접한 진저우완, 잉커우, 칭싱다오, 화위안, 단둥 등 5개 개발지역을 1443㎞의 도로로 잇는 5점1선 계획의 핵심 축이다. 랴오닝성은 이를 통해 다롄을 동북아의 정보기술과 물류 기지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다롄을 소프트웨어 산업단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다롄을 톈진과 함께 상하이와 선전을 대체하는 경제권력으로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돈다.
다롄은 최근 흔히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여름철 포럼을 유치했다. 매년 겨울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포럼에는 세계 정계 지도자와 다국적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하는데, 이 포럼에는 신흥 다국적기업 경영자들이 주로 참가하게 된다. 세계경제포럼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여름철 포럼이 중국에서 열리게 된 것은 세계무대에서 점증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롄의 미래를 예고하는 말일 지도 모른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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