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중 역사교수 ‘시대착오적 충군이념’ 비판
중국에서도 명문으로 칭송받는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를 어린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서 빼자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제갈량이 전장에 나가면서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비장한 심정을 토로한 출사표는 충성심과 명문의 표상으로 중국 중학교 어문 교과서에 실려 있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 공산당교 역사학과 후줴자오(65) 교수는 최근 교육부에 제출한 제안서에서 출사표가 군주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를 중학교 교과서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사표는 ‘어리석은 충성심’으로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제갈량이 유비의 삼고초려를 떠올리며 유선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출사표는 봉건적 색채가 짙다며, 이는 분별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시대착오적인 충군이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갈량은 출사표에서 “(유비가) 몸을 낮추고 소신의 초당을 세 번 찾아오셨다”며 “소신은 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전력할 것”이라고 맹세하고 있다.
그는 출사표 대신 평화를 강조한 화흠의 ‘지전소’(止戰疏)를 넣자고 건의했다. 지전소는 화흠이 조조와 조비에 이어 황제에 오른 조예에게 바친 상소문으로, 전쟁을 중단하고 백성의 평안과 복리에 힘쓸 것을 청원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통치자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고 입는 문제를 근본으로 삼는다”는 지전소의 한 문장을 예로 들며, 이런 민본정신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쪽은 “후 교수의 주장은 중학교 어문 과정 개편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쟁점을 만들어 이름을 날리려는 ‘학술사기’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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