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유 성화봉송에 중국은 ‘합의’, 대만은 ‘동의안해’
중국과 대만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올림픽 성화 봉송 경유지에 대만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히자, 대만이 곧바로 부인하고 나섰다.
왕웨이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주석은 23일 “대만이 올림픽 성화의 대만 경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라 좀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양쪽이 그동안의 협의 결과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더쉰 대만 대륙위원회 부위원장은 “양쪽이 여전히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다”며 “대만이 동의했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화가 대만을 거치려면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관례에 따라야 한다”며 “대만이 주권과 위엄을 갖춘 국가로 대접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은 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페이’란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만이 성화 봉송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12월 입법의원 선거와 이듬해 3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천수이볜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은 성화가 중국 본토나 홍콩, 마카오를 거쳐 대만으로 오거나, 대만을 거쳐 중국 쪽으로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리스에서 채화한 올림픽 성화를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경유해 봉송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오염 우려와 엄청난 비용을 들어 이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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