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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서 천대받는 노동자

등록 2007-05-01 14:05

“노동자의 이미지가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노동자를 인생의 패배자로 받아들이는 도시의 젊은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일 ‘노동자의 날’(노동절)을 맞아 발표한 사설의 한 구절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힘도 센 공산당의 고백치곤 이례적이다. 노동자가 국가의 주인임을 선언하며, 이른바 조화사회 건설의 주체임을 강조하는 사설의 호기가 돌부리에 걸린 듯 뒤뚱거린다. 개혁개방의 파도 앞에서 흔들리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요즘 중국에서 노동자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중국에서 혁명적 열기가 들끓던 시절 노동자는 국가와 기업의 주인으로서, 계급투쟁의 전위로서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이제 노동자는 가난하고 비루한 사회계층을 가리키는 또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은퇴한 철강노동자 저우란화는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자의 사라진 영광을 한숨으로 회고했다. 그는 “예전에 노동자가 된다는 것은 멋진 직업을 갖는 것으로 통했다”며 “그러나 이제 그것은 가난과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리킬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철강노동자 한밍밍은 “요즘 누가 위험하고 벌이도 적고 존경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되고 싶어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중국 공산당은 이제 내놓고 노동자란 말은 재해석되고 재규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많은 임금을 받는 새로운 노동자 계급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산당의 그런 작업은 이미 각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산당은 몇년 전부터 노동자의 날에 기업인들을 불러 ‘노동자의 모범’으로 추켜세운다. 예전엔 거리의 청소부나 배관공, 미장이들이 받았던 영광스런 칭호이다.

이런 상황은 상하이의 한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 언론들은 상하이에 거주하는 어린이 가운데 0.1%만이 자라서 노동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한다. 1000명 가운데 1명 꼴이다. 상하이의 기술직업 학교 가운데 94%는 학생들이 없어 수업을 중단하거나 폐교한 상황이다. 정부 산하 정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한 인터뷰에서 “노동자의 사회적 기여와 이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 일치하지 않아 노동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노동자의 날이 갖는 의미도 이젠 먹고 노는 ‘휴일’로 변했다.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상징하는 수사는 공식 행사에서나 보일 뿐이다. 새로운 고소득자로 떠오른 금융·법률·정보기술 분야의 전문직 노동자들은 해외로 나가 지갑을 여느라 바쁘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한다.

중국은 1970년 이른바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완화했다. 덩샤오핑은 한 술 더 떠 사람들에게 돈을 벌어 부자가 되라고 독려했다. 이런 풍조가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되고 정책에 반영되면서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는 급격히 하락했다.


최근엔 정부가 가난한 이들을 어디까지 돌봐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빚어질 정도가 됐다. 샤위에량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정부가 집없는 이들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곳곳에 값싼 임대주택이 널려 있다”며 “정부가 저소득 가구의 집 소유를 도울 의무도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다. ‘평등과 자유를 추구하는 경제학자’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집 소유를 식욕에 빗댔다. “그는 정부는 가난한 이들이 굶어죽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좋은 음식을 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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