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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특파원리포트] 중국 휩쓰는 먹거리 괴담

등록 2007-05-27 17:07수정 2007-05-27 22:15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A href="mailto:moon@hani.co.kr">moon@hani.co.kr</A>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하이난다오(해남도)에서 기른 바나나를 먹으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걸린다.” “어떤 국수엔 인체에서 추출한 기름을 썼다더라.”

먹거리 괴담이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다. 중국산 동물사료와 감기약 원료, 치약에서 사람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중국인들도 자국산 식품이나 약품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내년 8월 베이징 올림픽 최대의 적은 ‘중국산 먹거리’라는 자조 섞인 우스개까지 나돈다.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 것은 ‘사스 바나나’ 괴담이다. 하이난다오에서 재배한 바나나에 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는 이 괴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인터넷을 타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를 휩쓸었다. 급기야 중국 농업부가 24일 성명을 내어 “세계 역사상 식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전염병을 퍼뜨린 사례는 없었다”며 “이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헛소문”이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한 국수업체가 주검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국수를 만들었다는 ‘국수 괴담’도 들불처럼 번졌다. 이 엽기적인 괴담을 퍼뜨린 이들은 이 국수업체가 장례를 치르는 집에서 주검을 공급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들이댔다. 궁지에 몰린 해당 업체가 주요 신문에 광고를 내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으나, 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업체는 “경쟁업체에서 날조한 헛소문일 수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괴담은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신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5일 “중국인들이 먹거리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메신저, 블로그 따위의 첨단 통신수단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공포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1억3700여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2000여만명은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중국인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선 오리알이 붉고 신선하게 보이도록 사육 중인 오리에 발암물질이 든 염색제를 먹인 것으로 드러나 중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앞서 2004년엔 안후이성에서 가짜 분유를 먹은 어린이 13명이 숨지기도 했다. 최근 중국인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먹거리 괴담은 이런 기억에 중국산 식품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맞물리면서 증폭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산 식품이나 의약품의 안전 문제는 이미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마이클 레빗 미국 보건부 장관은 24일 “(식품 안전 문제가 잇따르면) 어떤 나라도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식품의약국은 앞서 파나마 등에서 해동방지제로 쓰는 화학물질 디에틸렌글리콜이 들어간 중국산 치약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이들 치약의 수입을 보류하고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은 지난해 330여만달러어치의 중국산 치약을 수입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에 식품·사료·약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수출 기업들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미등록업체의 수출은 금지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식품의약국 직원들의 현지 사찰이 가능하도록 복수비자를 발급해줄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저가 공세를 통해 세계시장을 잠식한 중국산 제품에 ‘불신’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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