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시
대입 이과 수석 여학생 베이징대로
‘장학금 30배 더 주는 홍콩대 포기’
‘장학금 30배 더 주는 홍콩대 포기’
홍콩대냐 베이징대냐? 두 명문대의 구애를 받던 한 여학생이 베이징대를 선택하면서 중국 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다. 홍콩대의 장학금 유혹을 물리치고 베이징대의 자존심을 세워줬기 때문이다. 베이징대는 지난해 대학 입시에서 베이징 지역 문과와 이과 수석을 모두 홍콩의 또다른 명문인 홍콩과기대에 빼앗긴 바 있다.
올해 베이징 지역 대입에서 이과 수석을 차지한 린시(사진)는 4일 시나닷컴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홍콩대를 포기하고 베이징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신경보〉를 비롯한 베이징 주요 신문들은 5일 이런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며 베이징대가 지난해의 패배를 설욕했다고 전했다. 750점 만점에서 709점을 얻은 그는 베이징대 수학과학과에서 수학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는 시나닷컴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도 “베이징대는 오래 전부터 가장 좋아하는 대학이었고, 수학과학대는 수많은 인재와 영웅을 배출한 중국 수학계의 자랑”이라며 “이곳에서 교수님과 선후배들을 모시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대는 그의 선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언론들은 베이징대가 그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로 다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입시를 치르기 전부터 베이징대의 추천학생으로 선정돼 있었다. 홍콩대에는 교장 추천으로 지원해 면접시험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았다. 홍콩대는 그가 베이징 지역 입시에서 이과 수석을 차지하자, 해마다 14만홍콩달러(약 1700만원)를 장학금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베이징대의 장학금 4000위안(약 50만원)보다 30배나 많은 액수다.
베이징대는 지난해 베이징 지역 문과와 이과 수석을 모두 홍콩과기대에 빼앗긴 뒤 충격에 빠졌다. 중국 대륙의 명문대가 홍콩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일부 홍콩 대학에 대륙의 우수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홍콩 대학들은 우수한 교수진과 풍부한 장학금, 국제 수준의 교육과정을 내세워 학생들을 끌어모았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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