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잃은 20억마리 부엌 농작물 휩쓸어
주민들 엎친데덮친 사투
주민들 엎친데덮친 사투
중국 후난성 둥팅후(동정호) 주변이 쥐떼로 뒤덮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창장(장강) 유역을 덮친 홍수로 둥팅후의 수위가 올라가는 바람에 서식지를 잃은 쥐 20억마리가 주변 마을로 한꺼번에 몰려나와 주민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쥐떼의 습격은 지난달 23일 둥팅후의 일부 섬들이 물에 잠기면서 시작했다. 수천~수만마리씩 떼를 지어 쏟아져나온 쥐들은 민가의 부엌을 휩쓸고, 농작물을 갉아먹는 등 주변 22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벽을 쌓고, 도랑을 파서 쥐들의 공격에 대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일부 마을에선 쥐들이 홍수에 대비해 쌓은 둑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
쥐와 사람의 전쟁으로 곳곳에서 선혈이 낭자했다. 후난성 정부는 지금까지 230만마리(90t 규모)의 쥐를 살처분했다. 이양시에선 죽은 쥐들이 도랑을 가득 메우고 있다. 주민들은 쥐구멍에 물을 부어 쥐가 뛰어나오면 삽과 괭이로 때려잡는다. 또 고기를 잡는 그물을 이용해 한꺼번에 수십마리씩 잡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쓰촨성 동부와 산시성 남부에서 시작한 이번 홍수로 지금까지 모두 101명이 숨지고, 26명이 실종했다. 장쑤·안후이·후난·후베이성 등에선 80만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28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13만ha의 농지가 물에 잠기는 등 경제적 피해만 7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기상당국은 이들 지역에 폭우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해 홍수 피해는 확산될 전망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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