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금성 안의 스타벅스 고궁점
‘중국 문화 훼손’ 여론에 밀려
미국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가 14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서 결국 철수했다.
자금성 안의 ‘스타벅스 고궁점’ 철수를 선언한 에덴 운이텅 중국 스타벅스 부사장은 14일 “고궁박물관 상표로 음료를 파는 방안 등 여러 선택지가 있었으나, 스타벅스란 이름을 버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철수가 중국을 존중하는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고궁박물관은 7년 전인 2000년 자금성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스타벅스의 입점을 환영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앵커 루이청강이 스타벅스가 자금성 안에 있는 것은 중국의 존엄성과 문화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폐쇄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고궁박물관은 스타벅스 매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고궁박물관 상표로 중국산 커피 및 다른 음료도 함께 팔 것을 제안했으나 스타벅스쪽이 거절한 것이다.
이번 일은 그동안 서구지향 일변도였던 중국의 경제발전이 자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심지어 ‘민족주의’ 경향을 띠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008년 올림픽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서구 기업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기업들은 ‘민족주의’에 기대 시장확대를 도모하기도 한다. 중국의 전통 검을 본따 휴대전화를 디자인한 화웨이나, 이름부터 ‘애국’(중국어로 아이궈)을 선언한 전자제품 제조업체 아이고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아 브랜드 전략>의 저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마틴 롤은 “사회가 발전하고 정교해질수록 민족주의 경향을 보인다”며, “서구 브랜드는 중국에서 점점 더 심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김외현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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