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위원단 권력지형 변화
중 17전대 폐막…리커창·시진핑 상무위원 진출
상하이방 건재…태자당은 구심력 약화
상하이방 건재…태자당은 구심력 약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가 2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앙위원회 위원(204명)과 중앙기율검사위 위원(127명)을 선출한 뒤 폐막했다. ▶관련기사 14면
이번 전대는 후진타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이 삽입된 당장(당헌) 수정안을 채택해 ‘후진타오 2기 집권체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을 근본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자는 과학적 발전관은 중국의 정책이 성장 일변도에서 안정과 분배를 강조하는 쪽으로 강화될 것을 예고한다. 새 당장에는 공산당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 분야를 지도하는 원칙과 방침도 명시했다.
후 주석은 새로운 중앙위원단에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을 대거 포진시켜 한층 권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과 쩡칭훙 부주석의 태자당 대표주자들도 이름을 올려 전체적으론 집단지도체제의 틀을 유지했다. 쩡 부주석은 이번에 중앙위원이 되지 못해 정치국 상무위원단에서도 퇴진이 확정됐다.
이번 전대는 공청단의 권력 강화, 상하이방의 건재 과시, 태자당의 구심 약화로 요약된다. 중국의 권력구도가 공청단과 상하이방이라는 ‘양대 계파’ 체제로 굳어지면서, 이들의 ‘경쟁과 협력’이 핵심 정치동력으로 작동할 것임을 예고한다. 개혁 개방의 부작용을 치유하려는 후 주석과 개혁 개방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장 전 주석의 대리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 이후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한층 커졌다.
후 주석은 자신의 과학적 발전관을 당의 정치이념으로 확립해, 재임 중에 정치적 유산을 남기는 성과를 거뒀다.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 랴오닝성 서기를 상무위원단에 올려 권력 핵심에서도 외연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바오 총리 외엔 별다른 우군을 확보하지 못했던 그로선 자신의 직계를 최고지도부에 심게 되는 셈이다. 리 서기는 당 서열 6위인 부총리를 맡아 후 주석 이후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권력을 장악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베이징 소식통은 “후 총서기는 이번 전대를 통해 상하이방을 밀어내고 공청단 출신이 상무위원단에서 다수를 차지하길 바랐다”며 “리 서기 하나만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제한적인 승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후 총서기가 과학적 발전관을 당헌에 삽입하는 대가로 상무위원단 구성에서 양보를 강요받았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상하이방은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리창춘 상무위원 등 3명의 상무위원을 지켜 외형적으로도 손실을 보지 않았다. 특히 자 주석의 유임은 상하이방의 권력이 건재함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자 주석은 비리설에 무능설까지 겹쳐 상무위원단 퇴진설이 나돌았다.
상하이방은 상무위원단 진입이 확실시되는 시진핑 상하이시 서기를 통해 후 주석 이후도 노릴 수 있게 됐다. 태자당이면서 범상하이방으로 분류되는 시 서기의 부상은 후 주석의 후계자 낙점 구상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서기는 서열 5위인 국가부주석에 올라 리 서기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태자당은 쩡 부주석을 잃어 구심력이 약해졌다. 시 서기와 허궈창 중앙조직부장이 상무위원단에 진출할 경우 수적인 확대엔 성공하지만, 조직적 단결을 유지하기엔 벅차다는 것이 중론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쩡 부주석이 퇴임 뒤에도 태자당을 후견하겠지만,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힘은 약화될 것”이라며 “태자당은 공청단과 상하이방 사이에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줄타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태자당은 쩡 부주석을 잃어 구심력이 약해졌다. 시 서기와 허궈창 중앙조직부장이 상무위원단에 진출할 경우 수적인 확대엔 성공하지만, 조직적 단결을 유지하기엔 벅차다는 것이 중론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쩡 부주석이 퇴임 뒤에도 태자당을 후견하겠지만,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힘은 약화될 것”이라며 “태자당은 공청단과 상하이방 사이에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줄타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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