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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개혁개방’의 빛과 그림자

등록 2008-01-13 20:23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기념일 제정 여론 속
경기과열 ‘긴축 고삐’

“12월18일을 개혁개방 기념일로 제정하자.”

중국 베이징이공대의 한 교수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이색적인 제안을 올렸다. 문화대혁명의 오류를 지적하고,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한 중국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가 열린 1978년 12월18일을 국경일로 제정하자는 것이다. 그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대표들에게 띄운 이 글에서 “12월18일은 20세기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날”이라고 칭했다.

그는 개혁개방 전과 후의 중국을 ‘환골탈태’라는 말로 표현했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은 △비정상적인 사망자수 최다 △국내총생산 세계점유율 최저 △생활수준 최악 △사상통제 최고라는 4가지 끔찍한 기록을 갖고 있었으나, 개혁개방 이후 새로운 운명을 개척했다는 찬사다. 그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고, 법치와 민주라는 보편적인 가치관을 받아들였다고 평했다.

“그러면 1월18일을 개혁개방 수호일로 제정하자.”

그의 제안을 본 한 중국인이 이런 댓글을 보내왔다. 덩샤오핑의 이른바 ‘남순강화’가 시작된 92년 1월18일을 개혁개방의 또다른 기념일로 축하하자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이날부터 2월21일까지 우한,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지를 돌며 개혁개방을 고취하는 열정적인 담화를 쏟아냈다. 그는 이 담화를 통해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흔들리던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다시 곧추세운다.

당시 중국의 개혁개방은 역풍을 맞고 있었다. 빠른 성장으로 인해 물가가 폭등하고, 소득의 불균형 분배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개혁개방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각종 권력형 부조리와 비리도 도처에서 판을 쳤다. 중국 지도부는 결국 ‘치리정돈’(治理整頓)을 외치며, 개혁개방에 급브레이크를 건다. 성장에서 조정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튼 것이다.


남순강화는 이에 대한 덩샤오핑의 반격이었다. 그는 이 강화에서 경제 건설을 중심으로 한 개혁개방은 앞으로 100년 간 결코 변해선 안 될 중국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아직은 속도를 조절하면서 발전을 도모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개혁개방 강화 노선은 그 해 중국 공산당의 정책으로 확립되면서 오늘날 중국이 추진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으로 이어진다.

요즘 중국은 ‘제2의 치리정돈’을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의 목표를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 억제라는 ‘양방’(兩防)에 맞추고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금리와 통화 등 경제정책의 주요 수단을 이를 위해 총동원하고 있다. 앞선 치리정돈 시기에 중국은 경제 성장 저하와 기업 도산, 실업자 증가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덩샤오핑이 살아 있다면 또 다른 남순강화를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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