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덮친 50여년 만의 폭설로 30일 남부 광둥성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으면서, 화물차들이 주차장으로 변한 고속도로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광둥성/AP 연합
물자수송 차질 농산물·석탄 값 고공비행
전기 부족 공장 중단…‘경착륙’ 우려 고조
전기 부족 공장 중단…‘경착륙’ 우려 고조
중국 경제에 ‘폭설 폭탄’이 떨어졌다.
중남부와 동부에 몰아닥친 50여년 만의 폭설로 농산품과 석탄 등 원자재 수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물가가 치솟고,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물가 상승은 안 그래도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더욱 강력한 긴축을 부르고, 이는 결국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경제가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상황에 몰린 셈이다.
이번 폭설로 중국 전역을 잇는 고속도로와 철도가 마비되면서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값이 폭등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31일 후난·후베이·윈난·장쑤·안후이성 등 11개 폭설 피해지역에서 채소값이 2배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폭설의 참화를 피한 베이징에서도 물류난으로 인해 10일 전 1㎏에 2.8위안이던 브로콜리값이 8.2위안으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농산물값 폭등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게 뻔하다. <동방조보>는 30일 이번 폭설로 소비자물가는 물론, 생산자물가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당국의 개입으로 주춤하던 농산물과 식료품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통화팽창 압력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이번 폭설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농업이 정상을 회복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폭설의 피해는 산업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석탄값이 치솟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곳곳에서 전력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동남부 공업지역과 대도시 등 13개 성급 지역에선 현재 전기 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이저우에선 전력 공급이 평상시의 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폭설 피해지역의 일부 알루미늄 공장은 원료 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바람에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쥔마 도이체방크 수석연구원은 30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더욱 강력한 긴축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는 29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 과잉 공급, 기업실적 악화, 은행의 부실대출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후진타오 주석은 29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폭설 피해 복구가 당면한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원자바오 총리도 피해가 극심한 후난성과 광저우로 내려가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중국 정부는 폭설 피해지역의 식료품 가격 안정을 위해 26일부터 농산물을 실은 화물차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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