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분리독립 원하지 않아” 고수
청년 강경파와 갈등…중국은 “배후” 지목
청년 강경파와 갈등…중국은 “배후” 지목
20년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를 빚은 티베트 독립요구 시위가 재연되면서 달라이 라마(72)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주’인 그는 비폭력 평화투쟁을 옹호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인도 북부 다름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에 머무는 달라이 라마는 16일 <비비시>(BBC) 등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사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억압적인 정책을 이어갈 경우,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나는 티베트인들이 폭력을 사용하지 않기 바란다”며, 자신은 분리 독립이 아닌 자치권 확대가 목표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달라이 라마는 또 “나는 여전히 이번 여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분리주의자로 규정하는 중국은 사태 직후부터 이른바 ‘달라이 라마 파벌’을 배후로 지목했다. 친강 중국 외무성 대변인은 14일 “달라이 라마는 현실을 직시하고 남은 생애 동안 티베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일을 하라”고 비판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16일 논평에서 “라싸의 화염과 혈흔은 달라이 라마의 본성을 드러낸 만큼 국제 사회는 그들의 입장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2살 때 14대 달라이 라마로 지정된 그는 1959년 대중국 봉기가 실패한 뒤 인도로 넘어갔고, 이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세계적 지도자로 성장해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가 됐다. 티베트 안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소유한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나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 저항을 옹호해온 그는 ‘중국 안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온건파와, ‘분리독립만이 답’이라는 청년 강경파 사이의 분열을 막아왔다고도 평가받는다.
이번 시위로 티베트 자치운동이 더욱 급진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동 린포체 망명정부 총리는 “달라이 라마 때문에 여지껏 티베트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다”면서도 “중국의 폭력 사용은 티베트인들이 방향을 잃게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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