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구봉쇄 요구’ 주변국서 수용…‘무차별 군수무역’ 논란
무기를 잔뜩 실은 중국 화물선이 짐바브웨 주변국 해역을 떠돌다 중국으로 되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독재국가에 대한 중국의 아프리카 무기 판매를 막으려는 미국의 항구 봉쇄 요구에 아프리카 나라들이 동참해 빚어진 일이다. 이 사태로 해당국의 내전이나 철권통치, 인권탄압 등에 전혀 아랑곳 않는 중국의 무차별적 아프리카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3일 짐바브웨에 수출할 무기를 가득 실은 중국 화물선 안웨장호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나미비아, 앙골라 등 짐바브웨 주변국에서 정박할 항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안웨장호가 뱃머리를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웨장호의 정처없는 유랑은 지난 18일 입항한 남아공 더반항에서 항만노조가 하역을 거부하고, 더반 법원이 하역을 하더라도 짐바브웨로의 육로 수송을 불허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안훼장호는 이후 앙골라와 나미비아에서도 입항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에는 에이케이(AK) 소총 탄약 300만발과 로켓추진 수류탄 발사기 1500정, 박격포탄 수천발 등 70톤 가량의 무기가 실려 있다.
이들 짐바브웨 주변국들은 미국의 압력을 받아 안웨장호의 입항과 무기 하역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톰 케이시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짐바브웨 이웃국들에 안웨장호가 무기를 부리지 못하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짐바브웨는 바다와 접한 곳이 없어 선박 수송 화물은 반드시 주변 국가를 거쳐야 한다.
미국은 문제의 무기가 28년 동안 짐바브웨를 철권통치해 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정권 유지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실시된 대선 1차투표에서 패배한 것으로 전해진 무가베 대통령은 대선 결과를 아직까지 공식 발표하지 않아, 개표 조작 등을 통한 집권 연장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이 고조되고 있다.
짐바브웨는 2002년 유럽연합이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무기 수출을 중단하자, 주로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공급받아왔다. 중국은 2006년 짐바브웨에 전투기 6대를 수출하는 등 아프리카에 대한 무기 수출을 확대해 독재정권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장 대변인은 “이번 무기 수출은 지난해 체결한 계약에 의해 진행된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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