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보도…올림픽 개막식 보이콧 움직임 확산 등 부담
중국이 티베트 자치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며칠 안에 티베트 망명 정부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 쪽과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5일 “달라이 라마 쪽에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청해 온 것을 고려해, 중국 정부의 관련 부서 관리가 이른 시일 안에 달라이 라마의 한 측근과 만나 티베트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관리의 말을 따 보도했다.
켈상 지알첸 티베트 망명정부 유럽연합 특사도 독일 <도이체 벨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적인 채널을 통해 회담을 제의받았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대화 시기와 장소, 의제 등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그동안 강경했던 태도를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폭력 시위를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티베트 독립’ 주장을 멈추고 ‘티베트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왔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요구하는 서방국가들에 대해서도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최근에는 중국내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이 세계 곳곳에서 수난을 당하고,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올림픽 개막식 참가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중국으로선 마냥 강경 노선만을 고수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 쪽의 대화는 지난 3월14일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유혈 시위가 발생한 지 40여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이날 발표는 원자바오 총리가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만난 뒤에 나온 것”이라고 보도해, 회담에서 티베트 문제 해결을 위한 깊은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달라이 라마 쪽과 대화를 재개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티베트 문제의 해법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과 티베트 망명정부는 지난 20여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물밑 접촉을 가져왔지만, 양쪽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단 대화를 재개하는 것 자체가 폭력의 악순환을 막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달라이 라마의 대변인인 텐진 타클라는 “베이징 당국의 대화 제의를 환영한다”며 “얼굴을 마주한 대화만이 티베트 문제의 해결책이므로 이번 제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전했다. 수전 스티븐슨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외교관들도 고무돼 있다”고 말했으며, 백악관도 “반갑다”는 논평을 내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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