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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오후 수업중 와르르…1천수백명 매몰 “구해달라”

등록 2008-05-13 00:34수정 2008-05-13 18:15

12일 대규모 지진이 강타한 뒤, 중국 쓰촨성 청두 거리에서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두/AP 연합
12일 대규모 지진이 강타한 뒤, 중국 쓰촨성 청두 거리에서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두/AP 연합
무너진 화학공장에 수백명 갇혀 아비규환
신화통신 “베이촨현서만 3천~5천명 사망”
7분뒤 베이징 3.9 여진…남서부 통신두절
중국 쓰촨성 7.8 강진

쓰촨성 일대를 덮친 강진에 건물이 무너진 두장옌(도강언)의 쥐위안중학교(한국의 중·고등학교)는 콘크리트 더미에서 자녀를 찾는 부모들의 절규로 아비규환을 이뤘다. 900여 학생이 매몰된 것으로 전해진 이곳엔 응급실이 들어서고, 포클레인이 투입되는 등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최근 중국 주요 지진 일지
최근 중국 주요 지진 일지
■ 학교에서 수업받다 참변

건물이 무너질 당시 이곳에선 1학년과 2학년 18개반이 한가로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신화통신>은 한 반에 50여명의 학생들이 3층짜리 건물에서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다 재앙을 만났다며, 이들 대부분이 폭삭 주저앉은 건물에 그대로 갇혔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재빨리 건물을 빠져나와 변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은 갑작스레 닥친 지진의 공포에 아우성치다 건물 더미에 깔렸다. 수업을 받다 변을 당한 한 학생의 어머니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오후 5시40분께 10여명이 학생이 구출되자 학교엔 환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들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채 발견된 4명의 주검은 운동장에서 부모를 맞았다. <신화통신>은 매몰된 잔해 속에서 구해 달라는 학생들의 신음이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충칭에서 초등학교 건물이 무너져 4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학교 5곳이 추가로 붕괴돼 수백명이 매몰됐다. 또 중국 시팡의 한 화학공장이 지진으로 부서져, 수백여명이 갇히고, 80t 가량의 암모니아 액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확한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현재 중국 인터넷에는 무너진 건물에 매몰된 주검과 부러진 팔·다리 등 끔찍했던 사고 순간을 말해주는 수많은 사진들이 떠돌고 있다.

중국 쓰촨성 청두의 시민들이 12일 지진 발생 뒤, 잔해로 뒤덮인 거리를 서둘러 뛰어가고 있다. 청두/AP 연합
중국 쓰촨성 청두의 시민들이 12일 지진 발생 뒤, 잔해로 뒤덮인 거리를 서둘러 뛰어가고 있다. 청두/AP 연합

■ 대륙과 바다까지 흔들려

이날 강진의 여파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건물까지 흔들었다. 간쑤성과 칭하이성, 후난성, 후베이성, 산시성, 산둥성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미국지질학연구소는 원촨현에서 첫번째 지진이 발생한 뒤 몇 시간 동안, 인근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0~6.0 정도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진이 일어나자 청두에선 고층건물에 있던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중앙텔레비전>(CCTV)은 주민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청두 시내를 보여주며, 수도관이 파열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지진이 강타한 중국 남서부에선 통신 두절 사태가 발생했다. 차이나텔레콤 관계자는 티베트 자치구인 쓰촨성 아바의 네 현에서 지역내 유선전화 서비스가 두절됐으며, 간쑤성 다섯 현에서도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거리 통신망은 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에선 지진이 일어나고 7분 뒤, 리히터 규모 3.9의 여진까지 겹쳐 혼란이 커졌다. 창안제 등 주요 도로는 건물에서 황급히 뛰어나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왕징에 사는 한국인 성아무개(43)씨는 “화장실에 있는데 갑자기 바닥이 출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흔들림이 10초 가량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징에선 아직까지 인명피해가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신화통신>은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은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전했다. 창장(장강)에 들어선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도 눈에 띄는 피해를 보진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바다 건너 하이난섬을 비롯해 타이와 대만, 베트남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홍콩 천문대는 홍콩에서도 트럭이 옆을 지나갈 때 느끼는 정도의 진동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이 바람에 홍콩에서 청두로 향하는 항공편 3편이 취소되는 등 하늘길도 곤욕을 치렀다. 파리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항공편 기착지가 베이징으로 변경되는 등 국제선도 피해를 봤다.

미국지질학연구소(USGS)의 브루스 프레스그레이브는 이번 지진이 규모가 크고 진앙지가 얕은데다, 인구 밀집 지역과 근접해 있어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세계재난감시시스템(GDAC)은 이번 지진이 인구 1천만명에 이르는 청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 중국 피해 복구 총력

중국 정부는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피해자들을 구하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사태 수습을 위해 급히 비행기편으로 청두로 내려갔다가 바로 원촨현으로 향했다. 인민해방군은 인명 구조와 피해 복구를 위해 현장에 지원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이날 지진이 발생하자 재난경계경보 중 2급을 발령했다. 중국의 재난경보는 4단계로 구분되는데 2급은 두번째로 심각한 경우에 해당한다. 중국 재난당국은 184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을 이날 밤 최대 피해지역인 원촨현으로 급파됐다. 구호팀은 군 병원 관계자 22명을 비롯한 의료진과 군인들로 편성돼 있다. 하지만 쓰촨성 일대에 14일 오전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십년에 걸쳐 중국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규모와 피해가 가장 컸던 경우는 1976년 7월 허베이성 탕산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알려졌다. 흔히 ‘탕산 대지진’으로 불리는 이 지진으로 적어도 24만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진으로 무너진 쓰촨성 두장옌의 쥐위안중학교에서 구조대가 잔해 속에 매몰된 학생들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장옌/신화 AP 연합
지진으로 무너진 쓰촨성 두장옌의 쥐위안중학교에서 구조대가 잔해 속에 매몰된 학생들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장옌/신화 AP 연합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이정애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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