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대지진의 폐허 속에서 36일을 버틴 돼지 한 마리가 중국인들을 흥분시켰다. 중국인들은 ‘기적의 돼지’ ‘저팔계의 부활’ 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125㎏ 정도 나갔던 한 살짜리 돼지 100㎏ 줄어
한 박물관에 팔려 “자연사할 때까지 보살필 것”
한 박물관에 팔려 “자연사할 때까지 보살필 것”
쓰촨성 대지진의 폐허 속에서 36일을 버틴 돼지 한 마리가 중국인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중국 매체와 누리꾼들은 ‘기적의 돼지’ ‘저팔계의 부활’ ‘지진을 이긴 돼지’ ‘영웅 돼지’라는 찬사를 쏟아내며, 이 돼지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펑저우 룽먼산의 한 잔해에서 돼지 한 마리가 발견됐다. 청두군구의 한 공군 병사가 폐허로 변한 집더미를 헤집자 나타난 이 돼지는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탓에 몹시 수척해 있었으나, 뒷다리의 자그마한 상처를 빼면 놀라울 정도로 멀쩡했다.
이 기적의 돼지는 곧바로 주인에게 넘겨졌다. 주인은 “돼지가 이렇게 살아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돼지를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애초 몸무게가 125㎏ 정도 나갔던 이 한 살짜리 돼지는 100㎏이나 체중이 준 상태였다.
전문가들도 이 돼지의 생명력에 혀를 내둘렀다. 돼지는 보통 하루에 5~6㎏의 먹이와 물을 먹는데, 5일 이상 아무 것도 먹지 못하면 대개 죽기 때문이다. 한 수의사는 “돼지가 빗물로 목을 축이고, 자신의 지방을 태워 생명을 유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돼지 구명운동에 나섰다. 이 돼지가 사람의 밥상에 오른다면, 이는 생명에 대한 모독이라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번졌다. 주인은 “돼지에게 먹이를 줄 때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봤다”며 “돼지에게도 인성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돼지는 청두의 한 박물관에 새 우리를 마련했다. 3008위안에 이 돼지를 사들인 박물관 관장은 이 돼지에 ‘꿋꿋한 돼지’라는 뜻의 주젠창’(朱堅强)이란 이름을 붙이고, 돼지가 늙어 자연사할 때까지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이 돼지를 검사한 수의사는 적어도 15년은 더 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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