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좌절감 다룬 소설에 공감
중국에서 199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주링허우’(90후) 세대의 좌절과 번민이 사회적 조명을 받고 있다.
이들의 좌절과 번민을 토로하는 청춘소설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앞선 세대인 ‘바링허우’(80후)가 만끽한 경제적 풍요로움이 주링허우의 개인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요즘 중국 서점가의 최고 베스트셀러는 열다섯살짜리 작가 탕차오가 쓴 <나에게 꿈을 돌려다오>다. 짝사랑과 부모와의 갈등, 자살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독자 역시 대부분 10대들이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이 모르는 자신들의 고민을 나눈다. 탕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했을 뿐이다. 사회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청춘의 번민을 다룬 작가 라오쉐난의 시리즈물도 수백만부를 팔아치웠다. 거기엔 고층빌딩 꼭대기에 앉아 하염없이 자신을 비관하고, 결국엔 폭력과 술에 빠져드는 10대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얼굴을 내민다. 그들은 “부모들은 우리가 자신들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부모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강변한다.
젊은 세대의 이런 상실감 토로는 중국에선 극히 새로운 현상이다. 문화대혁명의 영향에서 자란 부모세대는 정치적 상처를 안으로 갈무리한 채 침묵했다. 바링허우는 전례없는 경제적 성공을 자축하며 현실을 만끽했다. 그러나 주링허우는 어둡고 허무적인 음악을 들으며, 좌절과 자살을 얘기한다.
전문가들은 주링허우의 이런 고백 속에서 젊은 세대의 개인화를 읽는다. 정탄 푸단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서 “이들은 모두 나날이 부유해지는 중국에서 자랐다. 물질적 환경의 개선이 이들로 하여금 좀더 개인적인 감정에 관심을 갖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자녀 정책도 이들의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베이징의 심리학자 덩쥔은 “좌절감을 토로하는 젊은이들의 전화를 지난해에만 2500여통이나 받았다”며 “외동이로 자란 이들은 고난을 겪어보지 않아 쉽게 좌절하고, 번민하고, 자살의 유혹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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