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이 19일부터 26일까지 중국 동북지방의 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을 방문했다. 그의 동북3성 순방에 홍콩 <문회보>는 ‘홍콩 수반의 동북행’이라며 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덩샤오핑 전 주석이 남쪽지방을 돌며 개혁개방 노선을 재확인한 이른바 ‘남순강화’를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그의 동북행에는 100여명의 거물 홍콩 기업인들이 따랐다. 이들은 다롄의 조선소와 창춘의 자동차공장, 하얼빈의 공업대학을 찾아 투자 조건을 저울질했다. 동북3성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농업용지, 관광자원의 개발 가능성도 타진했다. 한 홍콩 언론은 “홍콩 정계와 재계가 새로운 비전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동북3성은 홍콩의 ‘각성’에 환호했다. 왕민 지린성 서기는 23일 창춘에서 열린 ‘지린-홍콩 경제무역교류회’에서, 2003년부터 시작한 동북진흥계획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홍콩 기업의 투자를 권유했다. 홍콩의 동북3성 진출은 동북아에 새로운 ‘중화 경제블록’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동북진흥계획에 착수하면서 ‘남자북상’(南資北上)이라는 구호로 홍콩 자본의 동북행을 독려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까지 랴오닝성에 대한 홍콩의 투자계약 총액은 47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까지 선양에 진출한 홍콩 기업은 모두 2480여곳에 이른다.
중국은 홍콩 자본의 동북행을 ‘윈윈게임’이라고 자랑한다. 중공업과 농업에 기반한 동북3성과 금융과 서비스 산업이 발전한 홍콩이 서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동북3성에 북한과 러시아, 일본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제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의 이런 야심은 한국과의 충돌을 예고한다. 한국의 에스케이와 금호타이어, 하나은행 등이 동북3성에서 기반을 닦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창춘에 분행을 설립하는 등 이 지역에서 영업망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을 비롯해 금융 및 유통, 물류 분야에서 한국과 홍콩 자본의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홍콩은 내친 김에 북한까지 노리고 있다. 창 행정장관은 24일 열린 ‘랴오닝-홍콩 경제무역협력교류회’에서 “단둥의 변경무역은 아주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북-중 교역에 관심을 피력했다. 지린성은 이날 교류회에서 창바이산(백두산) 관광 중점 홍보지역으로 홍콩을 지목하고, 홍콩 정부에 청소년 수학여행단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의 중화 경제블록 구상은 대만도 포괄한다. 대만은 최근 대만 기업의 중국에 대한 투자 상한선을 현재 순자산의 40%에서 60%로 완화하기로 하는 등 대중국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중국에 금융, 운송, 인적자원 등 5개 분야를 개방해 중국과 ‘하나의 시장’을 만들고 있다. 거대한 중화경제권이 한반도를 조여오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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