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시 바오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이 지난 20일 거리를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락 속에 매매가 사라지면서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다시 가본 남순강화] 2. 부동산 시한폭탄 터지나?-선전
집값 작년보다 36%↓… 반토막 나기도
투기규제 등 영향…“가격 조정” 분석도 지난 20일 중국 광둥성 선전 바오안구의 신안셴아파트 모델하우스, 단지 앞에 곧 지하철 역이 들어서고 해변도 내다보이는 입지에 20% 정도 할인도 해준다. ㎡당 1만2000위안(190만원)정도다. 그런데도, 3월 분양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분양이 30%가 넘는다. 함께 모델하우스를 살펴보던 선전의 한 은행 직원 천루는 “㎡당 1만 위안 이하로 내려가면 고려해 보겠지만 그 전에는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 1번지’, ‘경제신화 대표주자’ 광둥성 선전이 부동산 악몽에 짓눌려 있다. 올해 2월부터 꼬꾸라지기 시작한 선전 평균 주택가격은 6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36% 떨어졌다. 룽강 등 외곽지역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50% 폭락한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거래도 급감했다. 선전시 국토자원·부동산 관리국은 올 상반기 선전에서 거래된 아파트 총 면적이 154만2500㎡라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2% 줄어든 것으로, 98년 구제금융위기(IMF) 당시와 비슷한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아파트를 팔아도 대출을 갚을 길이 없는 ‘깡통아파트’도 등장했다. 지난해 집값의 최고 80%까지 대출을 받아 800만 위안짜리 집을 샀다면, 한달 3만 위안(평균 대출이자율 7%) 정도를 이자로 내야 하지만, 월세를 줘도 2만~2만5천위안 정도라 이자도 낼 수 없는 투자자들이 상당수다. 매매값도 600만위안 이하로 떨어졌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급락의 진원지는 두곳이다. 지난해 부동산이 비이성적으로 급등하자 중국 당국은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 위험 가능성을 우려해 강력한 부동산 투자 규제책을 잇따라 내놨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9월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을 70%에서 60%로 줄였고, 이자도 2주택자는 1주택자보다 15% 비싸게 물렸다. 여기에 올해 서브프라임사태와 국제유가 급등 등 세계적 경기침체와 중국 경제 침체가 결정타가 됐다.
선전 다이더량항부동산평가회사의 투자 자문 책임자인 페이진뱌오는 “선전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6900위안/㎡(2005) 9200위안/㎡(2006) 13300위안/㎡(2007)년으로 너무 폭등했다가 정부가 잇따라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앞날을 우려한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거래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회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거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않고 거래가 성사되면 성과급만 주는 방식으로 문만 열어둔 곳이 많다.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개발기업 완커는 올 하반기보다 내년 상반기에 부동산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실수요자용 소규모 주택 프로젝트 외에는 모든 투자를 뒤로 미루고 있다. 이런 현상이 ‘거품 붕괴’인지 ‘가격 조정’인지, 반등은 가능한지, 많은 질문들이 맴돈다. 니웨이칭 선전 우리은행 푸톈지행장은 “선전 외곽지역 아파트는 50% 이상 떨어지기도 했지만, 시내 중심지의 질좋은 아파트들은 가격 하락폭이 10~15%밖에 안된다”며 거품붕괴나 공황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기자금 35%만 있으면 개발자금의 65%까지 은행대출을 받아 대규모로 아파트를 지었던 중소규모 개발상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아파트가 거의 팔리지 않자 은행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심각하다”고 했다. 투자자문회사 후이진자본관리유한공사의 류보 사장은 “중국 인구 13억중 40% 정도만 도시에 살고 있어, 앞으로 도시화 진전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다시 회복되겠지만, 모든 것은 중국 경제의 회복에 달려 있다”고 전망한다. 80년대초까지도 홍콩 옆의 작은 어촌이었던 선전은 지난 30년 중국 개혁개방의 최대 수혜자였다. 84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이제 상하이와 경쟁하는 중국의 경제중심으로 ‘천지개벽’했다. 선전의 발전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던 덩샤오핑은 1992년 1월20일 남순강화 도중 선전세계무역센터 49층 회전전망대에서 발전한 선전의 모습을 바라다보며 “동풍이 불어오니 봄기운이 가득하다(東方風來滿眼春)”는 말로 개혁개방의 미래를 자신했다. 선전 주변 농촌 출신으로 1988년 선전에 와 숨막히는 변화를 지켜봤다는 운전기사 황허쟈오(44)는 “덩샤오핑이 없었다면 선전의 발전은 없었겠지만, 덩샤오핑도 선전이 이렇게까지 발달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천지개벽의 속도만큼 빠르게 부푼 부동산 거품의 불안한 그림자가 이제 개혁개방의 모범생 선전을 뒤덮고 있다.선전/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투기규제 등 영향…“가격 조정” 분석도 지난 20일 중국 광둥성 선전 바오안구의 신안셴아파트 모델하우스, 단지 앞에 곧 지하철 역이 들어서고 해변도 내다보이는 입지에 20% 정도 할인도 해준다. ㎡당 1만2000위안(190만원)정도다. 그런데도, 3월 분양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분양이 30%가 넘는다. 함께 모델하우스를 살펴보던 선전의 한 은행 직원 천루는 “㎡당 1만 위안 이하로 내려가면 고려해 보겠지만 그 전에는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 1번지’, ‘경제신화 대표주자’ 광둥성 선전이 부동산 악몽에 짓눌려 있다. 올해 2월부터 꼬꾸라지기 시작한 선전 평균 주택가격은 6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36% 떨어졌다. 룽강 등 외곽지역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50% 폭락한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거래도 급감했다. 선전시 국토자원·부동산 관리국은 올 상반기 선전에서 거래된 아파트 총 면적이 154만2500㎡라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2% 줄어든 것으로, 98년 구제금융위기(IMF) 당시와 비슷한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아파트를 팔아도 대출을 갚을 길이 없는 ‘깡통아파트’도 등장했다. 지난해 집값의 최고 80%까지 대출을 받아 800만 위안짜리 집을 샀다면, 한달 3만 위안(평균 대출이자율 7%) 정도를 이자로 내야 하지만, 월세를 줘도 2만~2만5천위안 정도라 이자도 낼 수 없는 투자자들이 상당수다. 매매값도 600만위안 이하로 떨어졌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급락의 진원지는 두곳이다. 지난해 부동산이 비이성적으로 급등하자 중국 당국은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 위험 가능성을 우려해 강력한 부동산 투자 규제책을 잇따라 내놨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9월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을 70%에서 60%로 줄였고, 이자도 2주택자는 1주택자보다 15% 비싸게 물렸다. 여기에 올해 서브프라임사태와 국제유가 급등 등 세계적 경기침체와 중국 경제 침체가 결정타가 됐다.
선전 바오안구의 아파트 모델 하우스. 박민희 기자
선전 다이더량항부동산평가회사의 투자 자문 책임자인 페이진뱌오는 “선전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6900위안/㎡(2005) 9200위안/㎡(2006) 13300위안/㎡(2007)년으로 너무 폭등했다가 정부가 잇따라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앞날을 우려한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거래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회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거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않고 거래가 성사되면 성과급만 주는 방식으로 문만 열어둔 곳이 많다.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개발기업 완커는 올 하반기보다 내년 상반기에 부동산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실수요자용 소규모 주택 프로젝트 외에는 모든 투자를 뒤로 미루고 있다. 이런 현상이 ‘거품 붕괴’인지 ‘가격 조정’인지, 반등은 가능한지, 많은 질문들이 맴돈다. 니웨이칭 선전 우리은행 푸톈지행장은 “선전 외곽지역 아파트는 50% 이상 떨어지기도 했지만, 시내 중심지의 질좋은 아파트들은 가격 하락폭이 10~15%밖에 안된다”며 거품붕괴나 공황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기자금 35%만 있으면 개발자금의 65%까지 은행대출을 받아 대규모로 아파트를 지었던 중소규모 개발상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아파트가 거의 팔리지 않자 은행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심각하다”고 했다. 투자자문회사 후이진자본관리유한공사의 류보 사장은 “중국 인구 13억중 40% 정도만 도시에 살고 있어, 앞으로 도시화 진전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다시 회복되겠지만, 모든 것은 중국 경제의 회복에 달려 있다”고 전망한다. 80년대초까지도 홍콩 옆의 작은 어촌이었던 선전은 지난 30년 중국 개혁개방의 최대 수혜자였다. 84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이제 상하이와 경쟁하는 중국의 경제중심으로 ‘천지개벽’했다. 선전의 발전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던 덩샤오핑은 1992년 1월20일 남순강화 도중 선전세계무역센터 49층 회전전망대에서 발전한 선전의 모습을 바라다보며 “동풍이 불어오니 봄기운이 가득하다(東方風來滿眼春)”는 말로 개혁개방의 미래를 자신했다. 선전 주변 농촌 출신으로 1988년 선전에 와 숨막히는 변화를 지켜봤다는 운전기사 황허쟈오(44)는 “덩샤오핑이 없었다면 선전의 발전은 없었겠지만, 덩샤오핑도 선전이 이렇게까지 발달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천지개벽의 속도만큼 빠르게 부푼 부동산 거품의 불안한 그림자가 이제 개혁개방의 모범생 선전을 뒤덮고 있다.선전/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선전 사람들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없었다면 오늘의 선전은 없었다고 말한다. 선전 중심가 로우후구와 푸톈구 사이에 서 있는 덩샤오핑의 대형 사진.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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