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문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1000년의 꿈(달 탐사)도 이루고, 100년의 꿈(올림픽)도 이뤘으니, 이제 60년의 꿈(노벨상)도 이룰 수 있을까?
중국인들은 흔히 노벨상을 축구와 함께 ‘중국의 양대 컴플렉스’로 꼽는다. 1949년 건국 이후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정치경제적으론 대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유독 이 두 가지에선 체면을 못세운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다. 건국 50돌이던 1999년 모궈광 등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성명을 내어 “중국은 노벨상을 타야 한다”고 절규했을 정도다.
노벨상과 전혀 인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01년 노벨상 시상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5명의 중국계가 수상했다. 1957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리정다오와 양전닝을 비롯해 1976년, 1997년, 1998년 각각 노벨물리학상을 탄 딩자오중, 주디원, 추이치는 모두 중국계 미국인이다. 중국인들은 이들과 1986년 노벨화학상을 탄 대만인 리위안저를 묶어 ‘노벨상을 탄 6명의 화인(華人)’이라고 부른다.
노벨상에 대한 아쉬움은 과거 중국의 뛰어난 과학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그런 중국이 올해 드디어 숙원을 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노르웨이평화연구소의 슈타인 퇴네손 소장은 최근 “올해 노벨평화상은 중국의 인권운동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언이 맞는다면 중국이 마침내 ‘노벨상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반응이 냉랭하다. 류젠차오 외교부 대변인은 슈타인 소장의 예측이 나온 다음날 “중국은 반체제 인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유력시되는 중국의 인권운동가는 중국내 에이즈 환자 등 인권 사각지대의 실상을 고발해온 후자(胡佳)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구속과 가택연금에 수시로 묶이는 그는 지난해 11월 유럽의회에서 중국의 인권 실태를 증언했다가 국가전복 혐의로 붙잡혀 복역 중이다. 중국 정부의 눈으로 보면, 그는 중국의 평화를 해치는 불순분자다.
1989년 티베트(시짱)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노벨평화상을 받자 중국 정부는 이를 ‘중국을 흔들려는 음모’라고 몰아세웠다. 중국은 노벨평화상이 이른바 ‘서방의 잣대’로 선정되고 있다고 불평한다. 푸잉 영국 주재 중국대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서방의 잣대로 중국의 제도를 재단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노벨상을 꿈꾸지만, 평화상은 아직 아니다. 노벨상에 대한 중국의 잣대 역시 이중적인 셈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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