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750원 하는 신라면이 베이징에선 1266원.
중국 베이징에선 요즘 한국산 라면이나 과자, 음류수를 사먹는 게 ‘사치’로 통한다. 원화의 위안화 환율이 폭등하면서 이들 상품 가격이 서울보다 비싼 대역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들 상품 가격에 환율을 반영하면 거의 모든 품목이 서울보다 1.5~2배 비싸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에선 ‘맛동산’이 11위안에 팔린다. 9일 고시된 위안화 기준환율이 1위안에 211.05원인 것을 감안하면 2311원짜리 과자인 셈이다. 서울의 1200원보다 1111원이나 비싸다. 6.5위안에 팔리는 ‘새우깡’도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1371.5원이 돼 서울의 800원보다 571.5원 비싸다.
왕징의 한국인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보내오는 돈으로 생활한다는 점에서 이들 상품의 ‘환율 물가’는 생활비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지난 7일 위안화 환율은 1997~98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200원을 넘어섰다. 외환 위기 당시 위안화 환율 200원의 충격은 1998년 1월10일 218원을 정점으로 한달 남짓 이어졌다.
특히 생활비를 한국에서 보내주는 돈에 의존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미치는 충격이 크다. 대학등록금이며 학비가 원화로 환산할 경우 40% 이상 올랐다. 인민대 유학생인 김아무개(28)씨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죄송할 지경”이라며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귀국을 고려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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