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破)→돌진(闖)→창조(創)→백성(民)
파괴(破)에서 백성(民)으로.
올해로 30돌을 맞은 중국 개혁개방의 역사를 한자어로 표시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 인터넷 사이트 런민왕(인민망)이 최근 개혁개방의 발전 과정을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의 시대상을 체현한 4개의 한자어를 선정했다.
1단계는 사상의 혼란을 바로잡는 ‘파괴’(破)로 표현된다. “실천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구호 아래 개혁개방의 족쇄를 혁파하는 작업이 속속 이뤄졌다. 농촌에서 인민공사가 해체되고 ‘생산책임제’가 등장했다. 모두가 부자가 돼야 한다는 ‘균부론’은 누군가 먼저 부자가 돼야 한다는 ‘선부론’으로 대체됐다. 기업에선 ‘철밥통’이 깨졌다.
2단계는 사상의 해방이 촉발한 ‘돌진’(闖)의 시기였다. “돌을 만지며 강을 건넌다”는 말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한 과감한 전진이 이뤄졌다. 외국의 개혁개방에 대한 학습이 이뤄지고, 중국이 낙후한 까닭은 개척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반성이 풍미했다. ‘직장에 사표를 내고 장사에 뛰어드는’(下海) 이들이 생겨났고, ‘상품경제’란 말이 유행했다.
3단계는 이런 토대 위에서 ‘창조’(創)가 이뤄진 시기다. 상품경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 특색의 개념으로 진화했다. ‘직장에서 잘리는 것’(下崗)이 있을 수 있는 일이 됐고, 일부는 이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동시에 실직자들의 재취업이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농민공’의 물결이 이어졌다.
4단계에선 새로운 발전이념으로 ‘백성’(民)이 등장했다. 개혁개방에서 소외된 빈곤지역의 어린이들을 돕는 ‘희망공정’이 전개돼 이후에 출현한 각종 ‘민생공정’의 씨를 뿌렸다. ‘인민을 근본으로 삼는다’(以人爲本)는 정신이 부활하면서 개혁에서 발전으로, 경제에서 사회로 무게중심이 옮아갔다. 사회적 공평을 강조하는 ‘조화사회론’이 지도부의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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