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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죽음 알리지 말라’ 아들 유언, 죽어서야 알게 된 노모

등록 2009-03-25 13:53

막내아들 셰페이와 리춘 할머니.
막내아들 셰페이와 리춘 할머니.
10년전 죽은 막내 아들 효심에 중국인 전역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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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을 노모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한 아들의 효심과 10년 동안 자신을 찾지 않은 아들이 바빠서 그런 줄만 알고 살다 숨진 노모의 사연이 중국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광저우의 최장수 노인 리춘 할머니가 22일 오전 113년 삶을 마감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으로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과 광둥성 서기를 지낸 셰페이의 어머니인 그는 생전에 근검하고 절약하는 생활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아들이 고위 당간부를 지냈음에도 시종 서민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다.

1896년 루펑루허현의 빈농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마지막 가는 길에도 소박한 풍모를 잃지 않았다. 23일 치러진 그의 장례식 비용은 다 합쳐도 겨우 3만위안(600만원)에 불과했다. 리장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장더장 국무원 부총리, 왕양 광둥성 서기 등 당과 정부의 지도자들이 보낸 조화만이 가득했을 뿐이다.

그의 죽음은 아들 셰의 효심으로 더욱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막내아들인 셰는 1998년 3월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에 선출돼 베이징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그는 다음해 지병인 백혈병이 악화돼 타향인 베이징에서 67살을 일기로 숨졌다.

그는 세상을 뜨면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노모에 알리지 말라고 유언했다. 자식을 먼저 보냈다는 슬픔에 노모가 상심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명절이 되면 “막내아들이 보낸 것”이라며 꼬박꼬박 노모에게 선물을 전했다. 그의 죽음은 그렇게 해서 노모가 숨질 때까지 10년 동안 비밀에 부쳐졌다.


리 할머니는 임종 직전 막내아들을 찾았다. 그러다 막내아들이 보이지 않자 “막내는 뭐가 바빠서 10년이나 오지 못하느냐”고 한탄했다고 <광저우일보>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장례식을 마친 리 할머니의 주검은 끝내 막내아들을 보지 못한 한을 품은 채 화장장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들 모자의 애틋한 사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리 할머니의 유해는 광저우 인근 인허공원묘지에 안장됐다. 바로 막내아들 셰의 유해가 묻힌 곳이다. 10년 동안 헤어졌던 모자가 마침내 상봉한 것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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