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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정부 “노동절 황금연휴 부활 안돼”

등록 2009-03-27 18:12

‘휴가법 엄격 준수’ 통지문 지방정부에 내려보내
광동성 잇단 ‘반기’…내수진작 위해 ‘1주일 연휴’

중국 ‘경제의 엔진’ 광둥성과 ‘권력의 심장’ 베이징이 잇따라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 광둥성의 산업구조조정 속도를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더니, 최근엔 노동절 황금연휴 부활을 둘러싸고 격돌했다. 두 번의 전투 모두 광둥성이 반기를 들고, 베이징이 반격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6일 지방정부에 내려보낸 통지문에서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법정공휴일 휴가법’을 엄격히 준수하라고 지시했다. 광둥성을 비롯한 일부 지방정부가 내수를 촉진하기 위해 노동절 황금연휴를 부활시키려 하자 “중앙정부의 승인없이 함부로 휴가일수를 조정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 것이다.

국무원의 이날 지시는 광둥성 정부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절 황금연휴를 부활시키기겠다고 밝힌 지 하룻만에 나온 것이다. 광둥성 정부는 당시 회견에서 5월1일 노동절 공휴일과 2~3일 토·일요일에 이어 7일까지 집단휴가를 실시해 1주일간의 황금연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광둥성 정부가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국무원은 통지문에서 법정공휴일 휴가법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촉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시행 결과에 대한 평가도 좋은 만큼, 지방정부는 이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1999년부터 실시한 황금연휴 제도가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2007년 말 중추절과 청명절, 단오절 등 전통 명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노동절 휴가를 하루로 줄인 바 있다.

국무원의 지시에 광둥성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에 빠졌다. 광둥성 여유국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광둥성 정부가 몇개월 전부터 노동절 황금연휴 부활을 건의했으나, 베이징은 통지문을 내려보내기 전날까지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이징이 마치 광둥성 정부의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 반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은 지방정부가 법정공휴일을 편의적으로 운용할 경우 법과 중앙정부의 권위가 떨어져 혼란이 일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광둥성의 노동절 황금연휴 부활 움직임은 후난성과 랴오닝성, 신장위구르자치구, 항저우, 충칭 등지로 확산되고 있었다. 심지어 중앙정부의 정책연구자문기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까지 경기부양 방안의 하나로 노동절 황금연휴 부활을 제안하고 나섰다.

베이징과 광둥성은 세계적 금융 위기 한파가 중국에 본격적으로 밀어닥치기 시작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광둥성의 산업구조조정 속도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참에 저임금에 기반한 낙후산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광둥성의 ‘구조조정론’과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을 살려 실업난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베이징의 ‘기업구제론’이 맞선 것이다.

논란은 왕양 광둥성 서기가 노동집약적, 공해유발형 중소기업을 도태시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본격화했다. 왕 서기는 “지금이야말로 산업구조조정의 호기”라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광둥성을 시찰하면서 세계적 금융 위기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을 지원해 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직후였다.

이들의 설전은 왕 서기가 후진타오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라는 점에서 원 총리에 대한 공청단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상황이 이처럼 권력 다툼 양상으로 발전하자 결국 후 주석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후 주석은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중앙 지도부의 정책이 제대로 전개되도록 하라”며 지방정부의 복종을 요구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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