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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대국 행보에 ‘안티 차이나’ 확산

등록 2009-03-31 20:25수정 2009-04-01 15:58

금융위기 속 급속한 경제 진출에 세계적 반감 확산
호주 광산기업 인수 불허…베트남은 “불공정 경쟁”
중국 정부가 최근 기축통화 논란과 영유권 분쟁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면서 중국의 ‘대국 행보’에 대한 경계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각국이 경제위기로 곤경에 처한 틈을 타 이뤄지는 중국의 집요한 자원 확보와 급속한 경제적 진출에 대한 반감도 아프리카를 넘어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취임 이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케빈 러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최근 국익을 중국에 팔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30일 전했다. 말콤 턴벌 자유당 대표는 “정부가 중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주고 있다”며 “러드 총리는 국익을 먼저 생각하라”고 주장했다. 여론도 나빠져 한 인터넷 조사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과 친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61%에 이르렀다.

러드 총리도 결국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 중인 러드 총리는 지난달 28일 <비비시>(BBC)가 마련한 좌담 프로그램에서 이례적으로 푸잉 주영국 중국대사 옆에 앉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방송사 쪽에 전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중국에서 외교관을 지낸 그는 평소 중국 인사들과 가까이 앉아 유창한 중국어로 대화를 하곤 했다.

앞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대형 광산기업 오제트미네랄스를 인수하겠다는 중국 국유기업 민메탈스의 제의를 “인수 대상 광산이 군사지역에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이에 따라 가격 협상이 완료돼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심사를 받고 있는, 중국 국영기업 차이날코의 광산기업 리오틴토 인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에선 최근 중국 기업들의 급속한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쩐 응옥 흐엉 베트남건설협회장은 최근 “중국 업체들이 전력과 시멘트, 건설, 화학 분야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베트남의 주요 건설현장이 중국에 점령당했다고 주장했다. <뚜오이쩨>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도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업고 베트남에서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베트남 학자들과 지식인들은 중부 고원지대의 보크사이트 개발사업을 중국 업체가 수주한 데 대해 주권과 환경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베트남이 프랑스로부터 독립하는 데 분수령이 된 디엔비엔푸 전투의 영웅인 보 응웬 지압 장군도 최근 정부에 이 개발사업을 재심의할 것을 제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중국은 얼마 전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로 쓰자고 제안해 미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이른바 ‘도광양회’의 외교노선에서 벗어나 ‘대국굴기’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덩샤오핑 전 주석이 1997년 남긴 “앞으로 50년 간은 조용하게 힘만 기르라”는 유언의 굴레에서 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미국의 힘이 약화되자 중국의 과감한 대국화가 앞당겨진 셈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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